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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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달 전 정말 열심히 읽었던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화학자와 의학자,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각각의 고유한 영역에서 바라본 명화 속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무척 컸던 탓에 이번 신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번에 미술을 바라보는 눈을 제공해주실 분은 해부학자. 의학자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학자가 각종 질병과 병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해부학자는 말 그대로 우리 몸의 뼈와 근육, 장기에 얽힌 부분과 관련된 내용을 알려준다.



그래도 그동안 꽤 많은 권수의 명화 책을 읽어왔기 때문인지 그림 자체에 대해서는 무척 익숙했다. 그 중 인체 해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이탈리아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특히 <인체 비례도>라고 알려져 있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은 어디서 한 번쯤은 접했을 그림으로,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서> 중 '인체 비례'에 관해 기술한 내용을 읽고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 이 그림과 설명을 접한 후 바닥에 누워 그대로 따라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글을 읽는다면 누구나 다 한번씩 방바닥에 등을 대보지 않았을까.

 

 


자연이 낸 인체의 중심은 배꼽이다. 등을 대고 누워서 팔다리를 뻗은 다음 컴퍼스 중심을 배꼽에 맞추고 원을 돌리면 두 팔의 손가락 끝과 두 발의 발가락 끝이 원에 붙는다......정사각형에도 맞닿는다.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잰 길이는 두 팔을 가로로 벌린 너비와 같기 때문이다.


p 37

 

 

명화를 보면 나체 여인의 뒷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눈에 들어오는 등과 엉덩이.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파리스의 심판>에서도 여신들의 뒤태가 담겨 있는데, 이 화가가 그린 아테나의 뒤태는 근육질로 묘사되어 있다. 허리 아래쪽부터 허벅지 위까지를 가리키는 볼기는 엉덩이와 궁둥이로 구분된다. 엉덩이의 귀여운(?) 표현이 궁둥이인 줄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 바닥에 앉았을 때 지면과 닿는 부위를 궁둥이, 지면에서 떨어진 부위를 엉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속눈썹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서 요즘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속눈썹이 무척 긴 것을 발견하곤 하는데, 나는 이것이 환경의 변화 때문인 줄 알았다. 미세먼지와 황사를 막기 위해 몸에서 방어 스위치를 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인체는 그렇게 단기간에 진화하지 않고, 속눈썹이 길어진 이유는 영양 상태의 개선 덕분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소개된 그림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엑스레이로 작품을 촬영하면 소녀의 눈에 풍성한 속눈썹이 나타난다고.

 

우리 몸 속에 이렇게도 많은 근육과 뼈들이 있었다니, 그림과 설명을 보고 있으면 놀라울 뿐이다. 아이용 인체 책을 통해 뼈의 개수나 모양 등을 접한 적은 있지만 근육이나 신경, 혈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된 것을 보면 그야말로 인체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고 할까. 해부학과 인체지도, 인체에 이름으로 남은 이야기들 등 해부학의 세계로 바라본 명화 이야기. 다음에는 또 어느 분이 등장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지 벌써 궁금하다!

 

**출판사 <어바웃어북>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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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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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생책'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인생책이 아니더라도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 푹 빠져서 현실마저 잊고 페이지를 덮는 순간을 아쉬워하게 만드는 책.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떠날 수도 있고, 실제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세계를 만날 때도 있고,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랑의 상대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다 읽거나 페이지 사이에 책갈피를 끼워놓고 책을 덮으면 우리는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책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마법.

 

가령 여기 진보 정의 서점에 들어가 책 한 권을 집어서 펴면 그 순간 특별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을 말이 메워 대지가 생겨나고 초목이 우거지고 인간이 살기 시작해 그곳에 세계가 나타난다. 다른 책을 집으면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세계는 끝을 알 수 없는 밀림처럼 증식한다.

p 118

 

그런데 여기 [열대]라는 책에 푹 빠져 현실속에서까지 책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사야마 쇼이치라는 작가가 썼다는 단 한 권의 작품. 이 책을 만난 사람은 모두 우연한 기회에 <열대>를 접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없다. '모리민'도 딱 한 번 책을 본 적이 있지만 그 역시 결말까지 가지 못한 채 책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문득 잊고 있던 그 책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 그녀로부터 <열대>와 관계된 신비하고 몽환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온 모리미 도미히코. 교토를 배경으로 항상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재미있게 그려내는 그의 작품들을 접한지도 벌써 10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그런 그가 데뷔 15주년을 기념하여 7년 동안 집필활동을 했다는 [열대]는 같은 제목의 책 <열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떻게든 결말을 알아내기 위해 '학파'를 만들어 모여서 토론하고 내용을 짜맞추어 보지만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 그 와중에 모임의 일원이었던 지요씨가 '내 '열대'만이 진짜'라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열대>는 과연 어떤 책인가. 처음부터 그런 책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열대] 안에는 주요 포인트가 되는 또 하나의 책이 등장한다. 바로 [천일야화]. 이야기 속의 이야기, 또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구조를 띠는 [천일야화]처럼 작가가 쓴 [열대]도 [열대]안의 <열대>, 또는 <열대> 안의 다른 이야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머리가 혼미해져온다. 내가 읽는 [열대]는 정말 책이 맞을까. [열대]가 아니라 <열대>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보다도,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 정말 현실인가. 설마 책 속 세상인 것은 아니겠지!!

 

'모리미 도미히코'의 [열대]는 마지막까지 그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때로는 몽환적이고 때로는 기괴하며 때로는 엉뚱하게 진행되는 소설. 어쩌면 작가는 한권의 책에 대한 독자의 각각의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첵 속 세상에 빠져 사는 우리들 각자의 이야기를. 혼란스러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는 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다는 것!!.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속절없이 빠져들게 될 작품이다.

 

** 출판사 <RHK :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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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만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직접 읽으면 감동의 황홀경에 빠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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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딱! 나의 이야기! 나를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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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의 책덕후에 의한 책덕후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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