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림으로의 초대 - with 미술 유튜버의 오디오 가이드
오피스 J.B 지음, 민경욱 옮김, 파란 일기장 외 감수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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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높은 가치를 지닌 명화들은 엄청난 보안 속에 보호받고 있을 것 같죠? 노노, 아닙니다. 적어도 뭉크가 그린 <절규>에 있어서는 걸작에 걸맞는 엄중한 보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절규>가 사실은 5점이라는 것, 혹시 알고 계셨나요? 한 가지 주제를 반복해 그리는 습관을 가졌던 뭉크는 10년 동안 다른 버전으로 5점의 <절규>를 그렸는데요, 이 중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두 곳의 미술관에서 2점의 <절규>가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헛웃움이 나올 정도로 매우 황당합니다. 감시용 모니터에 범인이 미술관 벽에 사다리를 세우는 모습이 버젓이 녹화되고 있었음에도 경비원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더러, 심지어 창문이 깨져 경보가 울렸을 때도 단순 오작동이라 판단했대요. 아니 이거, 세기의 명화를 보관하고 있는 미술관의 경비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던 거 아닙니까!! 어찌어찌 도난당한 2점을 찾아내기는 했으나 그 후 또 다른 버전의 <절규>도 도난당했다가 무척 훼손된 상태로 되찾았다고 하니, 작품의 이름 그대로 '절규'가 나올 법도 합니다.

 

[사라진 그림으로의 초대]는 이처럼 어떤 이유로 사라졌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그림과 그 그림의 배경 관련 지식이 실린 책을 읽었었는데, 요즘들어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는 느낌이예요. 그만큼 일반 사람들도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자, 팬데믹으로 인해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이 자제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방구석에서 즐기는 미술관 관람이라고 할까요. 그림 애호가로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림 관련 도서들의 출간만으로도 너무 반가운데, 이번 책은 특히 그림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1930년대 이후 나치는 4백만 점에 가까운 온갖 예술 작품을 조직적으로 약탈했다고 해요. 당시 미술계는 19세기의 고전적이고 아카데믹한 풍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분파가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히틀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수한 혈통인 독일인의 예술성을 이민족이 해치고 있다'고 여겼답니다. 예술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고 독일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기 위해 오스트리아 린츠를 예술의 도시로 정비, '총통 미술관'을 세워 독일인에 대한 재교육을 계획하기에 이릅니다. 예술을 교육하려면 뭐가 필요했겠습니까? 당연히 예술품이라고 생각한 히틀러의 잘못된 생각에 의해 예술품 약탈이 시작된 겁니다. 너무나 히틀러답지 않나요! 그로 인해 행방도 모르게 된 수많은 예술품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도난 당한 그림들, 전쟁으로 사라진 그림들 외에도 끝내는 버려지고 만 그림들, 복원으로 되살아난 그림들 등 여러 그림들에 담긴 다양한 사연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제목에 '사라진'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 안타깝고 슬프고, 그런 감정들에 내내 휩싸여 있었습니다. 화가들은,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그런 운명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요. 그들에게는 자식과도 같았을 작품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솟아오릅니다!

 

이 책에는 다른 미술 관련 도서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유투버 호빛님의 오디오 가이드가 실려 있다는 것! 책에 삽입된 QR 코드를 통하면 더 깊은, 자신만의 미술관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날씨도 쌀쌀한데 호젓하니 그림 관람 한 번 어떠신지요!!

 

**출판사 <메가스터디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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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외전 아르테 오리지널 5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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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잠중록]이 외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본편의 표지들도 예뻤지만, 외전의 이 표지 뭔가요!! 보라색과 핑쿠의 아름다운 색감에 한참을 표지만 보고 있어도 너무 행복합니다!! 게다가 양장!!

본편을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서 외전을 읽어도 되나 망설여지지만, 이 유혹을 차마 떨치지 못했습니다. 외전 먼저 읽고 본편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괜찮지 않겠어요??!! 안 본 사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이서백과 황재하가 혼례를 앞둔 어느 날, 황재하의 예전 정혼자인 왕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 어서어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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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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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은 [메트로폴리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고대 도시 '우르크'를 소개하며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언젠가 '길가메시 서사시'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던 참. 마침 영화에서 마블리님이 '길가메시'라는 역할을 맡아서인지 때에 맞춰 여러 출판사에서 [길가메시 서사시]를 출간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중 현대지성의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부분에서 출판사의 자부심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편역자인 앤드류 조지의 전문성에 깜짝 놀랐다. 1983년부터 런던대학교 수메르/아카드어 교수로 재직했다는데, 그렇다면 훨씬 이전부터 고대 문자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해왔다는 의미 아닌가. 그 안에는 물론 개인적인 성취의 기쁨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고대의 서사시를 이렇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쐐기 문자 원판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여 번역하였으며 중간중간 쐐기 문자 판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고, 친절하고 구체적인 해제, 고대 근동 지도라든지 리딩 가이드 등의 부수적인 보충 자료도 상당하다. 이런 노력들 덕분이었는지 흔히 접할 수 없는 형식의 글을 읽는데도 그리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듯 하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인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 표준 판본>은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표준어였던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점토판에서 훼손된 부분은 더 오래된 자료를 참조하여 채워져 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에게는 '심연을 본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2부 <수메르어 길가메시 시들>은 세계 최초로 수메르어로 된 서사시 5편이 영어로 번역된 것이다. 수메르어는 친족 언어를 찾기 힘든 인류 최초의 언어라고 하니 저자에 대한 감동과 격려의 마음이 더 깊어지는 듯 하다. 3부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의 구버전 파편들>은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1부보다 더 오래된 자료의 번역본이다. 4부 <다양한 바빌로니아 파편들>에는 기원전 20세기의 아카드어 파편들과 고대 서쪽 지역에서 나온 여러 개의 시 조각들이 포함되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서로 다른 서너 시기에 서너 가지 언어로, 점토판의 형태로 현재도 활발하게 출토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한다면 현재 접하고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는 최신판이지만, 후에 다른 점토판이 출토되어 내용이 추가된다면 언제든지 '최신판'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

 

길가메시는 초반에 폭정을 휘두루는 왕으로 등장한다. 초야권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에 제목이 '길가메시 서사시'임에도 불구, 처음에는 그가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의 영웅은 그런 폭군이나 악당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의 압제에 못이긴 백성들은 신들에게 하소연을 하고, 신들은 길가메시의 맞수로서 엔키두를 만들어낸다. 야생동물들에 의해 길러진 엔키두는 덫 사냥꾼과 매춘부에 의해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길가메시와 맞서 싸운다. 길가메시의 우월함을 인정한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친구가 되어 삼나무 숲을 지키는 신인 훔바바와 대결해 승리하지만, 신들의 계획으로 엔키두는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른다. 친구의 죽음을 지켜본 길가메시는 자신도 언젠가는 결국 죽음을 맞이할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영생을 얻은 우타나피쉬티를 만나 그 비결을 얻고자 한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은 어째서 길가메시를 '심연을 본 사람'이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의 죽음의 여정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영생의 비결을 알기 위해 우타나피쉬티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그가 건너는 '죽음의 물'은 지하의 강을 가리킨 것은 아니었을지. 길가메시가 얻은 불로초를 뱀에게 빼앗기는 장면은,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결국 인간인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고대의 사람들 또한 현대의 우리들과 다름없이 생과 사를 고민하며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와 의미있는 인생에 대해 숙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시의 운율을 느낄 수 있었던 1부와 3부를 읽고 있자니 마치 고대인들이 집단으로 부르는 노래가 들리는 듯 하다. 시라는 것은 원래 노래이기도 하니까. 어쩐지 그들이 어떤 의식이나 제의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올라 그 엄숙함과 신비함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길가메시 서사시]. 앞으로 출토될 점토판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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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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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와 대적하게 된 엔키두. 하지만 길가메시를 인정하고 그와 친구가 됩니다. 힘을 합쳐 삼나무 숲을 지키는 신인 훔바바를 물리치기도 하지만, 결국 엔키두는 신들의 계획에 의해 병으로 목숨을 잃어요. 이에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길가메시. 영생의 비결을 얻고자 우타나피쉬티를 찾아 떠납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인은 길가메시를 '심연을 본 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것은 아마도 그의 죽음의 여정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고대인들 또한 현재의 우리와 다름 없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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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마영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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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그만 선입견을 가져버렸습니다. 이 책에는 분명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고, 엄마들이 얼마나 고생해가며 자식들을 키우고 집안을 지켜왔는지 그 처절한 삶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난생 처음 보는 엄마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어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엄마의 얼굴을 한 여자가 아니라 여자의 얼굴을 한 엄마의 모습들이요.

 

자녀들이 부모의 성(性)적인 부분을 깊게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만 그런가요? 수줍었던(?!) 소녀 시절에는 자신이 남녀관계를 통해 태어났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도 않았고, 설사 상상을 했더라도 도리질을 치면서 떨쳐내기에 바빴었죠. 엄마는 엄마, 아빠는 아빠일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부모로서의 얼굴만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드라마에서 '엄마도 여자였어'를 실감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어쩌면 우리 엄마한테도 있을지도 모를 또다른 얼굴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본 기분이었어요.

 

만화 속에서 엄마들은 자신들 각각의 사랑 때문에 애태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쉽게 헤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계속하기도 어려운 관계를 지속하는 소연을 비롯해, 남편 몰래 연하남과 만나는 경아, 매번 나쁜 남자에게 걸려 돈을 떼먹히기도 하는 연순 등 여전히 사랑이 이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소올직히 저는 여기 등장하는 그녀들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도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헤어지지 못하나, 대체 뭘 믿고 만난 지 얼마 안되는 남자에게 덜컥 돈을 빌려주나, 남편 몰래 연하남과 관계를 가질 정도로 그 나이에 여전히 남자가 좋은가.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한켠에서는 그들을 비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신체적인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 모두 마음은 청춘이잖아요.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새 나이는 이마안큼 먹었는데 외롭기도 하고 마음 붙일 누군가가 곁에 없다면, 내가 그녀들의 나이에 같은 처지가 된다면 어떨까 진심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품에 끼고 살았던 자식들은 어느새 다 커서 자기 앞길 찾아 떠나고, 남편과 살갑게 오순도순 사는 여성이 아니라면 누구나 사랑에 목마름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여전히 여성을 공격하는 남성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직장 내 성희롱에 업무적인 압박. 그 모든 것을 견뎌가며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엄마들은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한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은만큼 나도 나의 엄마를 한 인간으로 인식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한다면 딸이랍시고 나서서 반대하지는 않겠다고요. 우리가 몰랐던, 혹은 모르고 싶었던 엄마들의 사생활. 그 모든 것이 여기, 이 책에 담겨 있었네요.

 

**출판사 <휴머니스트>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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