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심부름센터'라고 하면 어쩐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반면, '심부름집'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정감이 간다. 이 심부름집의 대표는 다다, 직원은 교텐. 그것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교텐이 굴러들어와 다다의 심부름집에 둥지를 튼 것. 교텐의 잘렸던 새끼 손가락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다다에게 그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지만, 그 말 없고 세상만사 귀찮은 듯 보였던 교텐은 아이가 말문이 터진 듯한 모습으로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이상한 소리로 '캬캬캬' 웃어대면서 다다 옆에 찰싹 붙어 있는 형국이다. 강아지 산책시키기, 강아지 새 주인 찾아주기, 친아들 대신 병문안 가주기, 버스가 시간에 맞춰 제대로 운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기 등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던 다다 심부름집에 불어닥치는 돌풍.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사람들과의 인연.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시리즈 누계 판매 150만부를 기록한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 마을> 시리즈가 개정판에 신간이 더해져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십 몇 년전에 세 권의 시리즈 중 1편인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을 읽은 적이 있는데도, 다시 읽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따스하고 정겹다. 깔깔 웃음이 나게 하는 표현들은 물론, 아픈 감정들이라도 과하지 않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들어봐, 유라.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어. 그걸 잊지 마.
p 156
다다와 교텐 두 사람 모두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모습을 보이는 교텐이 다다와의 생활로 점점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다다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그 만큼 외로웠던 두 사람이 또 다른 이들을 만나 그들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자신들의 상처도 서로 핥아나가는 시간들. 익살맞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솔직하면서 담담한 그들을 바라보면 울컥, 눈물이 솟아오른다.
말했잖아. 난 알고 싶다고.
뭘?
자식이 부모를 다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p309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는 유독 부모자식 간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 우연히 친부모의 존재를 알아버린 사람, 그리고 부모의 학대로 깊은 상처를 지닌 교텐과 파국을 맞은 결혼생활로 다시는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해온 다다. 자신들의 상처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진심으로 위험을 무릅쓰게 된 다다와 교텐은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때 '왜 소설을 읽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조차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재미있으니까'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인생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게 해준다고, 옳다-그르다는 말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 배운다고. 그런 대답을 내놓을 때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사연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인생을 멋대로 재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지금 이 순간 제일 행복한 것은 <마호로 마을>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아직도 읽을 수 있는 시리즈가 두 권이나 더 남았다!! 다다와 교텐이 이끌어갈 '다다 심부름집'에 오늘은 또 어떤 의뢰가 들어올지, 이제야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두 사람에게 어떤 돌풍이 불어올 지 무척, 아주 무척 기대된다. 게다가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활약까지!! 일본 배우 '에이타'가 주연을 맡았던 그 옛날(?)을 아로새기며, 따스한 추억을 가슴에 한가득 품어본다.
**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