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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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밀당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제 연애사를 돌아보면 전 밀당이라는 것을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아요. 워낙 재주도 없을 뿐더러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편이라 밀당의 '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왜 밀당을 해야하는지 이해를 잘 못했던 것도 한몫했어요. 고지식한 성격이라 그 때는 그게 뭐 중요한가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보니 그 밀당이라는 것을 나도 한 번 해볼걸, 하는 후회가 살짝 남아요. 흐흐. 감정소모가 아니라 연애를 재미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어요. 그녀의 이름은 이새아. 모든 여성의 워너비 결혼을 책임지는 웨딩플래너지만, 정작 자신은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거지발싸개 같은 상황에 놓여 있죠. 심지어!! 그 결혼식에서 하필이면 신부가 늦게 오는 바람에 실루엣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대기실에 들어가 있기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사람이 있네요??!! 여신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에 홀라당 넘어가, 왜 하필 그녀를 이제야 만났냐며 땅을 치고 통탄하는 그의 이름은 권지혁. 성진 건설 상무로 거래처와 계약을 맺을 때도 밀당하는 '밀당의 요정'입니다. 잘생겼지, 집안 좋지, 능력 있는 이 남자가 꼬시면 당연히 넘어갈 줄 알았던 이새아지만, 그녀의 마음은 상처로 너덜너덜한 상태인지라 단순히 연애만 하려는 권지혁을 자꾸만 밀어냅니다. 게다가, 그녀 곁을 맴도는 또 한명의 매력 뿜뿜 등장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유명 사진작가 조예찬입니다. 결혼을 바라는 새아와, 비혼주의자인 지혁, 이제는 결혼하고 싶은 예찬. 이 세 사람의 사랑의 손가락은 마지막에 누구를 가리키게 될까요. 

 

연애, 참 어렵죠. 가끔은 내 마음도 알기 어려운데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려 배려해야 하고, 아무리 사랑해도 한쪽이 변하면 이별을 맞기도 해요. 저는 처음 남자친구와 6년 만났는데요, 어리고 철 없을 때라 이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았죠. 취업하고 3개월만에 다른 여자 만나 훨훨 날아갔는데, 최악인 건 저에게 온갖 구린 냄새 다 풍기다가 결국 제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게 만들더라고요. 그때는 충격도 컸지만 시간이 약이고,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는 법칙이 저에게도 통해서 이제는 먼 과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곰돌이 옆지기에 곰돌이 아이들과 잘 살고 있으니까요!!

 

새아도 그렇게 새로운 사랑으로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지혁의 사연을 몰라 그가 왜 비혼주의자가 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분명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지혁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사랑에 있어서는 호구지만, 그 호구 역할 때문에 지금까지 무수한 상처를 받아온 새아지만, 호구인 그녀의 사랑을 듬뿍 받고  그동안 품어온 상처를 치유할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일테니까요!!

 

로맨스 소설 중에서도 특히 사극 로맨스를 좋아하는 저지만, 이번 책은 통통 튀는 대사들로 즐겁게 읽었어요. 두 사람의 밀당의 과정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거나 답답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만, 새아가 하는 말들이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히기도 했고,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재치있는 말들에 깔깔 웃으며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건 2권까지지만, 아직 3권이 남아있다는 것. 뭐 사실 새아와 지혁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또 그들의 행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핑크빛으로 물들 그들의 앞날을 미리 축하해요.

 

** <알에이치코리아> 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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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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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센터'라고 하면 어쩐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반면, '심부름집'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정감이 간다. 이 심부름집의 대표는 다다, 직원은 교텐. 그것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교텐이 굴러들어와 다다의 심부름집에 둥지를 튼 것. 교텐의 잘렸던 새끼 손가락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다다에게 그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지만, 그 말 없고 세상만사 귀찮은 듯 보였던 교텐은 아이가 말문이 터진 듯한 모습으로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이상한 소리로 '캬캬캬' 웃어대면서 다다 옆에 찰싹 붙어 있는 형국이다. 강아지 산책시키기, 강아지 새 주인 찾아주기, 친아들 대신 병문안 가주기, 버스가 시간에 맞춰 제대로 운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기 등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던 다다 심부름집에 불어닥치는 돌풍.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사람들과의 인연.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시리즈 누계 판매 150만부를 기록한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 마을> 시리즈가 개정판에 신간이 더해져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십 몇 년전에 세 권의 시리즈 중 1편인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을 읽은 적이 있는데도, 다시 읽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따스하고 정겹다. 깔깔 웃음이 나게 하는 표현들은 물론, 아픈 감정들이라도 과하지 않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들어봐, 유라.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어. 그걸 잊지 마. 

p 156

 

다다와 교텐 두 사람 모두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모습을 보이는 교텐이 다다와의 생활로 점점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것은 다다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그 만큼 외로웠던 두 사람이 또 다른 이들을 만나 그들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자신들의 상처도 서로 핥아나가는 시간들. 익살맞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솔직하면서 담담한 그들을 바라보면 울컥, 눈물이 솟아오른다. 

 

말했잖아. 난 알고 싶다고.

뭘?

자식이 부모를 다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p309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는 유독 부모자식 간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 우연히 친부모의 존재를 알아버린 사람, 그리고 부모의 학대로 깊은 상처를 지닌 교텐과 파국을 맞은 결혼생활로 다시는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해온 다다. 자신들의 상처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진심으로 위험을 무릅쓰게 된 다다와 교텐은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때 '왜 소설을 읽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조차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재미있으니까'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인생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게 해준다고, 옳다-그르다는 말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 배운다고. 그런 대답을 내놓을 때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사연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인생을 멋대로 재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지금 이 순간 제일 행복한 것은 <마호로 마을>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아직도 읽을 수 있는 시리즈가 두 권이나 더 남았다!! 다다와 교텐이 이끌어갈 '다다 심부름집'에 오늘은 또 어떤 의뢰가 들어올지, 이제야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두 사람에게 어떤 돌풍이 불어올 지 무척, 아주 무척 기대된다. 게다가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활약까지!! 일본 배우 '에이타'가 주연을 맡았던 그 옛날(?)을 아로새기며, 따스한 추억을 가슴에 한가득 품어본다. 


**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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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나기라 유 지음, 김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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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까지 한달. 그 시간동안 사람들이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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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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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 초심자인 저같은 독자들은 단편집으로 먼저 접해도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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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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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한다는 그 분, 레이먼드 챈들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작가의 이름과 '필립 말로'라는 캐릭터는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대표합니다. 한밤의 어두운 골목을 조용히 누비는 듯한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 정의가 아닌 이성과 수임료로 움직이는, 약간은 세속적인 인물상. 제가 아는 하드보일드 스릴러 작가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일본 작가 하라 료 뿐인데요, 사실 저는 이 스릴러 장르를 하라 료를 통해 먼저 접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가 있는 줄 최근에야 알았어요! 에헷. 

 

레이먼드 챈들러 작품 중에는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시리즈가 제일 유명한 것 같지만, 일단 맛보기(?) 식으로 [살인의 예술](영미문학) 부터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어디가서 쫙 펼쳐놓고 보기에는 다소 민망한 제목이쥬. 총 다섯 편의 단편집이 실려 있어요. 처음에는 한 명의 탐정이 다섯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인 줄 알았는데 각기 다른 탐정 다섯 명의 다섯 가지 사건파일입니다. 하지만 작품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고요하고 어두워요. 그 속에서 스윽, 오직 탐정만이 벌어진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고독한 늑대처럼 움직입니다. 물론 수임료에 약해요. <황금 옷을 입은 왕>의 스티브는 빨리 와달라는 의뢰인의 말에 출장비로 200달러를 요구합니다. 서슴없이 알겠다는 의뢰인과의 통화를 끝내고 '이 머저리 같은...' 이라며 욕설을 내뱉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찌 해석하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좀 더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아깝다!' 같은 기분이 느껴져 살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 작품집에서 사건 해결은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건해결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나 분위기와 문체입니다. 감정적이지 않은 건조한 문체는 마치 탐정 본인의 것처럼 여겨져요. 여기에 저의 이미지상, 육중한(?) 체구임에도 날렵하게 움직이는 몸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탐정의 모습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 의 탐정 사와자키는 제 머릿속에서는 좀 더 왜소하고 나이 든 사람으로 그려져 있어서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더 잘 어울렸는데, 이 작품집에서는 그런 고독한 느낌보다는 '혼자 움직이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쥬.

 


 

 

이 단편집을 읽다보니 '필립 말로'가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요. 아마 시리즈에서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 말로'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한 [기나긴 이별]을 먼저 읽어야 하나, [빅 슬립]을 먼저 읽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혹시 추천해주실 분, 안 계신가요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레인보우퍼블릭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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