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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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는 상

책을 읽고 이 문구가 특히 머리에 박힌 이유는 '과자는 상'이라는 말에 으어어엄청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디저트를 좋아해요. 케이크, 빵, 차와 커피. 뭔가 힘든 일이 있거나 벅찬 일이 끝났을 때 먹는 맛있는 디저트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그 자체만으로도 기운이 불끈불끈 솟아나게 만듭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과자는 상'이라니, 어쩌면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 때의 행복감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 같아요. 그런 제가 디저트가 난무하는 [오후 3시, 오잔호텔로 오세요] 를 읽었으니 책을 보면서 얼마나 침을 흘렸을지 상상이 되실까요. 

 

주인공 도야마 스즈네는 차와 디저트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단것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과자에 대해 남다른 태도를 갖게 되었죠. '과자는 상이란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막 먹으면 아깝지'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오잔호텔 애프터눈티팀에서 근무하는 스즈네. 스즈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오잔호텔에서 행복한 티 타임을 즐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즐기는 티 타임을 비웃는 사람들도 등장해요. 여기에 난독증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탓에 스즈네에게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있는 아스카이 쉐프와 갈등을 겪기 때문ㅇ[ 그녀가 걷고 있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마다 위로가 되는 물건들, 음식이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그것이 책,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 맛있는 디저트입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이, 또 어떤 사람은 게임이, 누군가는 또다른 무엇이 그런 존재들일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른 사람의 취향과 애정을 무시하거나 조롱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남자가 티타임을 홀로 즐기면 어떻습니까. 회사에서 겉돌아도 호텔 카페에서 한숨 돌리는 게 큰 결점은 아니잖아요? 이 책은 디저트를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그리면서 더불어 우리가 타인에게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르다는 것만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해줍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어느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어지실지도 몰라요. 저는 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지 참 오래되었네요. 집에서도 믹스 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지 못하고, 늘 원샷하게 되는 워킹맘에게 이 작품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래도 책으로나마 근사한 디저트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느어어어어무 행복했어요. 카페는 못가더라도 이번 주말에는 육아퇴근 후 맛있는 디저트, 차와 책으로 혼자만의 멋진 밤을 보내리라 다짐해봅니다!

 

** 출판사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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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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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작품들 중에서도 못 읽어본 책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을 하나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헤세를 만든 책들도 당연히 궁금할 겁니다~저도 궁금해요! 이 책 자체가 하나의 작품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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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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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이 탐정은,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독한 일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늘 어딘가를 다치고 험한 꼴을 당하는 그녀지만, 그래도 매번 목숨은 건지며 끈질기게 생을 이어나가는 이미지라고 할까요. 작가가 그려내는 어조가 특히 담담하여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일 수도 있을텐데요, 이 불운의 탐정을 저는 무척 애정합니다.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무척 존경스러울만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의뢰받은 일을 해내는 모습은 조용한 '여전사' 같아요. 

 

[나쁜 토끼]는 하무라 아키라가 살인곰 서점에서 일하기 전, 프리랜서 탐정 시절을 다룬 작품입니다. <살인곰 서점 시리즈>의 하무라 아키라는 40대의 나이들고(?) 지친 모습으로 등장해요. [나쁜 토끼]에서는 그나마 30대라서인지 좀 더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해요. 하무라 아키라가 어째서 '어둠 공포증'을 가지게 되었는지, 읽는 제가 다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까요.

 

듣기로는 더 이상 출간된 <살인곰 서점 시리즈>가 없기도 해서 어쩌면 마지막 남은 하무라 아키라 사건 파일이라는 생각에 좀 더 아껴 읽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아껴 읽은 시간이 무색하게도, 한 번 잡고나니 집안일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몰입해버렸어요. 아이들 돌보면서 읽은 주말, 아마 여전히 휴직중이었다면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몰입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연속되는 소녀 실종 사건. 그 이면의 진실은 생각보다 더욱 추악하고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부족해요. 제가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읽는 이유는, 물론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 재미있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들은 그냥 뭐 저기 우주 어딘가로 보내버리고 싶을만큼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인간들이었습니다. 쾌락과 돈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소설이든 현실이든 존재하겠지만, 이건 용서의 'ㅇ', 아니 ㅇ을 그리고 싶어지지도 않게 하는 사건이었어요. 

 

"인간, 힘들 때는 일단 먹어라"

p73

 

돌아가신 하무라 아키라 할머니의 좌우명. 이 문장을 보고 덤덤하지만 세상 일에 전혀 무감하지는 않은 하무라 아키라의 태도가 어쩌면 할머니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갖 풍파가 닥쳐도 굳건히 살아남을 것 같았던 그녀의 치유할 수 없는 상처.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밥을 하고 우직하게 씹어넘기며 살아가겠죠. 여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하무라 아키라는 저의 최애 탐정 베스트 안에 들어가는 인물입니다. 작가님, 그러니 부디 이 시리즈 오래오래 이어가 주시기를!!


** <내친구의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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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평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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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라는 말을 듣고 가슴 한 쪽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지 않는 이가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상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관계들인 것 같습니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저에게도 이런 저런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게 상처인 줄, 고통인 줄 모르고 지났던 시간들. 그래서 주위에 털어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었구나' 싶을 정도의 사건들이었어요. 저는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내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나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게. 그래서 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혼자 발버둥을 쳤던 게 아닌가 씁쓸하게, 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으로 과거를 기억합니다.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들을 지나고 난 지금, 저는 더욱 단단해졌으니까요. 덕분에 말을 꺼내기 전에 좀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세상에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피폐한지, 그 마음 속에 깔려 있는 어둠이 얼마나 짙고 깊은지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할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런 세상을 알지 못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아픔과 상처의 흔적들이 부디 내 아이들에게는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과연 무엇이 최선이었을지 저는 지금도 가끔 뒤척입니다. 

 

책의 제목인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제가 책을 읽기 한참 전부터 깨달은 사실이었어요. 어쩌면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만 관계를 맺겠다-고 결심한 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삶이 단순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랑받고 싶어하죠. 이왕이면 많이, 가급적 깊게. 사랑받고 싶어서 상대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그러다보면 원하지 않는 일도 하게 되면서 눈치도 보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해 당황하게 되는 때가 와요. 자신의 마음이야말로 항상 살피고 보살펴줘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관계에 대한 작가님의 여러 가지 조언들. 그 중 제 마음에 콕 박힌 것은 <나를 책임지는 나이를 받아들이는 법>이었습니다.

 

크게는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 사소하게는 의식주를 비롯해 집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 심리적으로 내 매일의 기분을 내가 온전히 소화하는 것. 

 

아무래도 저의 관심의 대부분이 육아이다보니 저는 특히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나의 기분을 제어하지 못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저만 그런가요;; 크흠!).  어른이 된다는 것, 누군가를 지키는 존재가 된다는 건 참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기분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가 아닌 분들도 나의 기분이 연인이나 친구,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은 없을까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계맺기에 있어 정답은 없어요.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목만은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어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상대의 사랑을 받기 위해 힘들어하는 대신, 나를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고 좋은 추억 만들어가시길 바라요. 긴 듯 하면서도 짧은 우리의 인생.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만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 <스튜디오오드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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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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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의 명저100위 안에 들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굉장한 작품!!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이번 기회에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들 너무 재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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