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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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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말했다. 나는 물속에 살아서 당신은 내 눈물을 볼 수 없어요.
p320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 이런저런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던 시기였는데, 가장 유명한 일본작가라길래 뭣도 모르고 집어든 책이 바로 [상실의 시대]였어요. 사실 짝사랑하던 아이가 또 이런저런 수준높은 책을 읽고 있어서 저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한 것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흠흠. 아무튼 [상실의 시대]를 첫번째로 읽었던 그 때는 감상을 콕 집어 말하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뭔가 느낌은 오는데 글이나 말로는 잘 표현할 수가 없는 기분. 그 이후 지금까지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꼭 한 번씩은 읽게 되었는데,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를 읽는 내내 어째서인지 마치 대만판 '상실의 시대'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류]는 1870-8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손자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찾아나가는 미스터리물이자 역사 시대물, 예치우성의 청춘과 사랑을 그린 성장소설입니다. 험난한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쪽인가는 선택해야 했던 시기, 할아버지 예준린과 그의 친구들은 그런 격랑 속을 헤쳐나와 가족을 일구며 현재는 평범하게 살아가죠. 하지만 과연 그들이 역사를, 자신들이 벌였던 일을 전부 잊었을까요. 과거는 현재 속에서 당당히 그 자리를 뽐내며 절대 사라지지 않고, 결국 할아버지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녔던 추적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할아버지의 처참한 유해를 발견한 예치우성. 그에게 할아버지는 그저 자신을 귀하게 대해준 소중한 할아버지였을 뿐입니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겠지만 예치우성은 할아버지의 죽음과 추억을 전부 지워내기란 무척 힘든 일이죠. 소꿉친구 마오마오와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진학 등 청춘을 관통하는 여러 사건을 겪어내는 과정 속에서도 할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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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풍부한 서사입니다. 속도감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쉴 새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격동적으로 때로는 아련한 슬픔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사건들과 함께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예치우성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에요. 처음에는 미스터리물인 줄만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기대보다 더 큰 감동과 재미, 유머 등 인생의 단맛과 짠맛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품.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아사다 지로 등 명망 높은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인만큼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