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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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의 팬이라면 놓쳐서도, 놓칠 수도 없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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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모르는 내 자존감 이야기 - 나를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 수업 어린이의 마음키움 1
문지현.박현경 지음 / 피그말리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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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 다른 사람의 칭찬에 의해 움직이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의 판단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자존감이 높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는 별개의 문제로, 자존감과 관련된 책을 읽어도 그것을 실천하거나, 혹은 동일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아이에게 짜증을 덜 내면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자존감이 높아지나. 으아, 너무 어렵다.

[엄마도 모르는 내 자존감 이야기]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입문서로 기획된 책이다. 초등학교 3-4학년인 여학생 혜린이가 미국에서 잠시 살다 돌아와 학교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험 점수 때문에 울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자신만을 편애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단짝을 사귀는 일, 가정 내의 생활 등 그맘 때 아이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생각들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담겨 있다. 나도 같은 여학생이었기 때문에 혜린이의 상황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혜린이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남학생들의 자존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실마리를 얻기란 어려웠다. 아들만 둘이다보니 남학생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출간되기를 바라본다.

솔직히 아이가 학습능력이 뛰어나면 부모 입장에서는 기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편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학생들을, 나는 실제로 보아왔고, 들어왔다. 나는 그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이 생에서 즐겁고 좋은 일들만 겪을 수는 없겠지만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나와 남편을 믿어주고 고민을 이야기해주고, 자신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간직해주기를. 자존감을 흔히들 역경을 마주했을 때의 회복탄력성이라고도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렇게만 자라준다면 나도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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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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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그림 관련 책은 아니어서]

새벽 1시 45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첫찌만 키울 때는 밤 9시에도 육퇴가 가능해서 그래도 자정 즈음에는 잠들곤 했는데, 두찌까지 먹이고 씻기고 책 읽다보면 금방 10시, 11시는 기본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들었다가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나오면 새벽 한 두시. 곰돌이아빠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잠들어 있어, 이 새벽의 평온함과 안정감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낮에는 육아에 올인, 나의 취미생활은 새벽으로 한정하겠다는 나름의 룰이 있어 완전히 혼자인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다시 잠드는 게 아까워 어떤 때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다음날 좀비처럼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도 4,5시에는 아이들 옆으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간다.

그렇게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은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새벽 시간에 즐기는 자신만의 그림 산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감성 뿜뿜이다. 나는 당연히 자신이 고른 명화와, 어째서 그 새벽 시간에 이런 명화를 골랐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금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책에 실망했다고 해야 하나,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그림이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신변 이야기가 중심으로, 그림은 그런 이야기에 맞추어 그때 그 때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에세이를 잘 읽지 않고, 읽는 경우에는 다른 장르의 책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에 대해 멋진 이야기를 가득가득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인지 그 실망감이 더 컸던 것은 사실이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떤 책을 미리 골라놓고 기대하면서 그 책을 읽기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안간힘을 쓰며 일어난 나의 상황과 이 책이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나처럼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에세이를 읽는 것은 별로라면 어쩌면 나처럼 아쉬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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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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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에세이의 마지막 시리즈 네오와 프로도 커플이 마침내 출간되었다. 둘 중 먼저 접한 책은 프로도가 나오는 바로 이 책! [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처럼 프로도를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은 작가 손힘찬님.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이름 오가타 마리토. 그가 혼혈로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겪어야 했던 아픔과 사랑,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힘있게 다가온다. 튜브에서 촌철살인의 문장들로 통쾌함을, 같은 껍질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무지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면, 이번 프로도의 이야기에서 나는 유독 나와 나의 옆지기를 자주 생각했다.

네오와 프로도 캐릭터는 연애하던 때 옆지기가 자주 사용하던 이모티콘이었다. 표지의 프로도 이모티콘은 물론 울고 있는 프로도를 네오가 위로하는 모습, 볼따구가 밀리도록 프로도를 껴안으며 네오가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 바바리를 입은 프로도가 한껏 외로움을 뽐내는(?) 모습 모두 그와 닮아 있었고, 그래서 그런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옆지기를 나도 귀여워(?) 해주었다. 그래서였을까. 무지를 읽을 때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는데, 프로도는 옆지기로 보여서 마음 한 구석이 짠하기도 하고, 그 동안 곰돌이들 육아에 치여 소홀히 했던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이 챕터를 읽자마자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내주었다. 옆지기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으므로. 내년이면 불혹. 내 눈에는 전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지만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우리는 나름 많이 늙었다. 결혼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 사람을 좋아해서 오지랖의 날개를 퍼덕거리는 게 특기인 그는 일적으로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직을 해야하는 것인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때로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며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여태까지 잘 버텨왔다고.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의 남편으로서, 곰돌이들의 아빠로서 애써왔고,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함께 있자고. 

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왜 그렇게 예민해'다! 맞다. 나 예민한 사람 맞다. 왕 소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웃으면서 타인의 상처를 헤집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네가 예민한 거라고. 나의 아픔과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을 짓밟아놓고 네가 예민한 거라고 단정짓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일일히 설명하거나 이해시키고 싶지 않다. 굳이. 다만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무례한 사람, 예의 없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악의에 휘말리지도, 악의를 이용하지도 않겠다.

소제목을 읊조려본다. 나를 남처럼 대하기. 특히 저 두 번째 문장에 괜히 가슴이 찡하다. 요즘 나의 식사는 곰돌군들이 먹다 남긴 거 그러모아 해치우기가 대부분이므로. 엄마들이 이래서 내가 살이 찌지!라는 경우를 나 또한 반복한다. 곰돌이들의 장염이 나으면 눈 딱 감고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자고 옆지기에게 말해야겠다. 나부터 나를 소중히 대해야 옆지기도, 아이들도 나를 소중히 대해줄 테니까.

 

문장들이 섬세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 내가 그동안 숨겨놓았던 어느 지점을 톡 건드리는 듯한 힘도 있다. 그 힘은 아마도 작가가 지닌 진솔함 때문 아닐까. 자신의 아픔을 담백하게 털어놓으면서도 동정을 바라지 않고,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은 안정감이 전해져온다.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굳건히 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는 사람 특유의 힘이랄까. 우리 대부분이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힘찬 내일을 꿈꾸는 것처럼 그도 함께 꿈꾸고 있다는 동질감. 그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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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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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허물에 덮이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그녀. 그녀처럼 허물이 생긴 사람들은 피부 각화증을 완화시키는 신단백질 T-프로틴을 섭취해야 하고 심해지면 방역센터에 들어가 약물을 주입해 허물을 벗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벗겨낸 허물은 늘 다시 올라왔다. 허물을 영원히 벗기 위해 그녀는 전설의 뱀 롱롱을 찾으러 D구역으로 향한다. D도시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피부병을 버젓이 드러내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 그녀는 그곳에서 방역센터에서 만난 후리와 김씨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뱀을 생포하고 이 뱀이 허물을 벗기를 기다린다. 롱롱이 허물을 벗을 때 함께 있으면 곁에 머무는 이의 허물도 영원히 벗겨진다는 전설에 기대어. 뱀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급기야 뱀은 신격화되어 그들의 바람을 짊어진다. 과연 뱀이 허물을 벗으면 사람들은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 그들이 원하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방역 센터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언제까지나 개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개발을 멈춰도 안 되고, 개발에 성공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 도시의 생산 동력은 시민들이 허물을 입고, 허물을 벗는 데서 나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이 도시는 생산 동력을 잃게 되는 겁니다.

국내 최초 재난 공포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역작이라 평가받는 이경 작가의 [소원을 말해줘].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허물에 덮인 사람들이 그 허물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탈을 쓴 공포가 어떻게 조장되는에 대한 과정과, 목표를 위해 도구로 전락해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애초에 피부병이 왜 생기게 되었는가하는 의심, 피부병을 널리 퍼뜨린 집단이 실제로 노리는 것 등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작가는 눈으로 보이는 허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각자의 허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원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롱롱이 필요했습니다. 롱롱의 판타지를 만든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만이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빌었던 소원은 거짓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롱롱이 허물을 벗기를 기다리지만, 허물을 벗기 전 드러나는 징조인 블루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을 뿐 도무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쳐가는 사람들, 그리고 롱롱을 방역 센터로 데려가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공 박사. 프로틴 없이는 소원을 빌지 못하고 거대 제약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만 안전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 소원을 빌었던 것 자체는, 그 간절한 마음만은 진실이라고. 각자의 소망을 향해 맨발로 진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허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을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허물을 벗게 된 그 후의 인생은 어떠할까. 허물을 벗은 척의 얼굴 위로 또 다른 허물이 드리운 것처럼 보인다는 문장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허물은 그저 상징에 지나지 않았을 뿐, 마음 속에 간직한 각자의 허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단숨에 읽었지만 읽고 난 후의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다.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이 작품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인듯 판타지인듯 모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작품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어두운 검은 구름이 또다시 보인다. 소설은 끝났지만 현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 박사같은 인물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작가는 마지막 장면의 반 페이지로 보여준다. 허물이 생기는 병을 앓게 되는 그런 세상이 정말로 오게 되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게 될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간절히 소원을 빈다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과정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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