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어린이 수학 세트 - 전4권 - 세계가 주목하는 싱가포르 어린이 수학
아자나 차터지 지음, 조 샘웨이즈 그림, 김보은 옮김, 루스 불 감수 / 이종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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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대학에 입학한 뒤로 수학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너무 신났다. 학창시절 내내 나를 괴롭히던 수학에서 벗어났으니까. 못해서, 더 잘하고 싶어서 오기로 더 덤볐다. 하루 공부하는 시간 중 10시간은 수학에, 나머지 두 세시간은 다른 과목을 공부했다. 노력하면 잘 해야 하는데,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공부도 재능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모의고사 때는 제법 나오던 점수가 수능 때 바닥을 쳤다. 아, 이게 진짜 내 점수구나-슬펐고 허무했지만 받아들였다. 다행히 어찌어찌 대학에 갔고, 내 평생 수학책을 다시 펼쳐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마이갓! 아이가 생기니 수학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예전 내가 공부하던 방식대로는 안 된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게?! 내가 느꼈던, 내 능력의 한계를 우리 아이가 맛보지 않고 마음껏 재미있게 수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의 답은 결국 책이었다. 수학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동화책을 같이 읽으면서 지금은 이 정도로 됐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에 들어가면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래서 또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고는 하는데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1위를 한' 싱가포르 아이들의 수학 학습법이라니! 일단 한 번 들춰나 보자!

총 4권인 이 시리즈는 1단계 숫자, 2단계 계산, 3단계 측정, 4단계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우리 첫찌와 할 수 있는 것은 1권 정도일까. 1권도 전부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숫자세기까지. 우리 첫찌는 어느 때는 잘 세다가도 또 어느 때는 하나씩 건너뛰며 세기도 해서 아직은 열까지 세는 것도 버거워보이는 상태. 집에서는 수블럭이나 수큐브로 차츰차츰 더하기 정도의 개념을 스스로 깨우쳐 가는 중인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한 페이지당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친절하게 설명식으로 되어 있다. 무식하게 '수학도 암기다!'라고 가르쳤던 과거 방식과는 달리, 현재 교유고가정이 지향하는 스토리텔링 방식. 마치 수학동화를 읽는 느낌이랄까. 신기한 것은 4단계인 도형에 대해서도 쉽게 쓰여 있어 지금 아이가 하는 워크북과 병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도형 관련 쪽은 수학과도 관련이 있지만 창의력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은 기분.

아마도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아이의 수학머리가 선천적으로 발달해 있지 않은 한, 수학에 대한 내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영 수학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면 강권하지 않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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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여자들의 삶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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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앨리스 먼로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인 [소녀와 여자들의 삶]. 시리즈의 첫 작품인 [착한 여자의 사랑]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그녀의 작품은 일상생활을 기반으로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이어지던 삶. 그런 삶 속에 갑자기 일어나는 어떤 일들. 그 하나의 일이 끝났을 때 다시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생활. 때문에 더욱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앨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읽다보면 누구나 이 이야기들에 장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이 독립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델'이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덟 편의 연작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착한 여자의 사랑]보다 조금 더 어렵게 다가왔는데, 사실 이 소녀가 자신의 세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들, 그 세계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에 완벽히 공감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할까. 아니면 소녀가 여자로 성장해가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죽음이나 성, 사랑, 남녀, 신앙, 몸, 재능과 성장이라 압축될 수 있는 메시지들에 무겁게 짓눌려버렸기 때문인가.

 

작품은 1940년대 캐나다 온타리오주 서부의 어느 시골 마을 주빌리를 배경으로 한다. 역시나 다양한 여자들의 삶에 주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등장하는 여성들의 위치가 고정될 수 없고, 소녀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 자신이 믿어야 하는 대상, 어디에 발을 딛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은,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시대가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델은 이제 막 성장하는 세대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여성들의 중심에는 델의 엄마- 에디 모리슨, 에디 조던, 프린세스 아이다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여인-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점에서 델은 오히려 관찰자이고,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은 그녀의 엄마, 혹은 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여성들이 아니었을까. 프린세스 아이다가 자신의 딸인 델에게 여자들의 삶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길 때, 나는 그녀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욕망하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다.

 

내 생각엔 처녀들, 여자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분명히 그래. 하지만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우리 손에 달려 있어. 지금까지 여자들이 한 건 모두 남자들과 관계된 것 뿐이었어. 우리한테는 여태 그게 전부였어. 정말로, 집에서 기르는 짐승만큼이나 우리 삶이라는 게 없었다고.

p460

 

옮긴이에 따르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디어 라이프]는 앞서 읽은 [착한 여자의 사랑]이나 [소녀의 여자들의 삶]보다 더 추상적이고 '기를 쓰고 다가가야 할만큼 압축과 생략이 많은 작품'이라고 한다. 아니! 지금까지도 사실 쉽지 않았는데, 더 기를 써야 한다니! 사실 세 작품 중 가장 기대하던 작품이 [디어 라이프]였기에 무척 겁이 난다. 하지만. 읽어주겠다. 기를 쓰고. 우아한 단편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인만큼 이번에는 나를 어떤 세상 속으로 끌어들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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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팀 The Team - 성과를 내는 팀에는 법칙이 있다
아사노 고지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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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 다닐 때 '팀 프로젝트' 이런 거 정말 싫어했다. 언제나, 하는 사람만 열심히 한다. 팀 안에 무임승차 하는 인간들 꼭 있다. 지금도 성격이 까칠한 편이지만, 그 때도 까칠해서 과제 앞 표지에 참여도를 표시해서 제출했다. 당연히 이어지는 반발. 아랑곳하지 않는다. 맡은 부분 완수해서 전달해달라고 할 때는 연락두절이더니, 과제 제출날 떡하니 나타나서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다' 일장 연설. 아주 혐오한다. 나는 그냥 일반 소시민.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가고 싶고, 팀으로 하는 일 다시는 안 하고 싶다. 그런데 일하다보니 팀 프로젝트를 맡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 눈에는 누가 참여하고 누가 안 하는지 다 보이는 터라, 팀장들에게 참여도 표시해서 제출해달라 한다. 참여도를 같이 표시하는 팀에는 오히려 점수를 주지 않겠다며 으름장도 놓는다. 그것이 최선이 아님을 나도 알고 있다. 어렵다.

 

[더 팀 : 성과를 내는 팀에는 법칙이 있다]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비교하고 분석한 책이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저자의 팀이 3년 만에 매출 10배 증가를 이뤄내며 ‘업계 1등’으로 거듭난 비결을 담고 있는데, 자기 팀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 승리의 기술을 ‘팀의 법칙’이라 명명하고, ‘목표 설정’, ‘구성원 선정’, ‘의사소통’, ‘결정’, ‘공감’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조직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노하우를 설명한다. ‘팀의 법칙’은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며, 지금 당장 그 어떤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또 이 책은 ‘팀원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은 좋지 않다’, ‘팀 내 소통은 많을수록 좋다’, ‘팀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질수록 좋다’ 등 그간 막연히 옳다고 믿어왔던 조직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팀에 얽힌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은 물론 국가 대표팀, 아이돌 그룹, 대통령 각료 회의, 전 세계가 주목한 열차 객실 청소 팀 등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최강의 팀 빌딩 전략을 들려준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설명 앞에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사실을 팀원 모두가 숙지하면 완벽한 팀이 구성되는가. 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가. 어쩌면 이것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이 숨 쉬며 살아가는 이상 관계의 중요성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주의에 젖어있는 나도 소통과 연결을 갈망하니까. 하지만 이론적인 것만으로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책에 담긴 노하우를 실천하고 또 다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척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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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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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저널리스트인 후시미 유다이는 한 때 그 재능을 인정받아 열정적으로 일했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권유로 고향인 나루카와시에 정착했지만 이곳은 일명 -외지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각박한 마을. 하지만 자신은 일을 핑계로 가정과 아들인 도모키의 교육을 아내에게 거의 전담시킨 터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좋은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 마을에서 아내가 예전부터 존경해왔던 도예가 난보 선생이 사망했다. 사건은 자살로 보여지는 듯 했지만 마시던 술병에 농약이 들어 있었고, 현장에 '도덕 시간을 시작합니다. 죽인 사람은 누구?'라는 낙서가 남겨져 있어 타살의 정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아오야기가(家)의 장남이었던 난보 선생은 집안과 거의 연을 끊은 채 살아오고 있었고, 망가진 놀이기구를 만드는 기이한 행동으로 마을 사람들에게도 적대시되던 인물.

 

그런 난보 선생의 사체가 발견된 곳에 쓰인 낙서가 심상치 않게 다뤄지고 있는 까닭은, 마을에 이런저런 경범죄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지만, 어느 날, 현 도로의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급커브 출구 쪽에 토끼가 든 골판지 상자가 놓여 있었고, 어떤 운전자가 상자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늦어 그만 상자를 짓밟아버렸던 것이다. 끔찍하게 변해버린 토끼의 모습. 상자에는 빨간색 크레파스로 '생물 시간을 시작합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아이가 마을 공원에 있는 철봉에 매달린 채 발견되었는데, 철봉에는 공업용 접착제가 발려져 있어 아이는 손을 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손바닥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어깨가 탈구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등 뒤에 적힌 '체육 시간을 시작합니다'라는 글자. 결국 마을 사람들은 자치회를 구성해 밤에 동네를 순찰하기로 한다.

 

불온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후시미에게 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13년 전인 2001년, 나루카와 제2초등학교 강당에서 마사키 쇼타로라는 남자가 무카이 하루토라는 옛 제자에게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무카이는 현장에서 제압당했고, 바로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사건의 배경과 동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정신 감정을 거부한 그가, 판결을 선고받기 직전 남긴 것은 '이것은 도덕 문제입니다'라는 한 마디. 무카이는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그가 출소할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오치 후유나. 처음에는 맡지 않으려 했던 작업이지만 결국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일에 대한 미련으로 촬영 팀에 합류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치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후시미.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기묘한 연결고리에 점점 빠져든다. 게다가 그의 목을 옥죄어 오는 한 가지. 어쩌면 난보 선생의 죽음에 아들 도모키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2015년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오승호의 [도덕의 시간]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국내 출간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 작품은, 수상 당시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추리 문학계 신인상을 재일 교포가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독자 내면에 자리잡고 있을 '도덕'의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면서, 그 도덕의 잣대가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을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만든다. 배가 고파서 개를 잡아먹었다는 소년 앞에서 '그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열악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살아있으나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네가 한 일은, 앞으로 하려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고 누가 감히 질책할 수 있으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과 가치관, 신념이 철저히 해부당하고 분해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보인다. 인격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처럼도 보인다.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가면을 쓴 채 뒤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저지른다. 살아남기 위해 행했던 일들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잘라낸다. 어디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내가 세상을 비웃어주겠다는 결의. 무카이가 말한 '도덕의 문제'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나에게 도덕을 논할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있다면 어디 덤벼보아라, 벼르는 마음.

그래도 때리면 안 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정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돌아가지 않아.

p25

후시미가 아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규칙이, 가슴 시리도록 공허하게 울린다.

 

읽어내려갈수록 끝이 없는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까지 참 별 일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내 인생이, 작품 속 어떤 등장인물들 앞에서는 어쩐지 드러내기 부끄러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정의는, 도덕은, 법률은 무엇일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멋지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꼭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다 원서부터 챙겨볼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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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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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다섯 시기로 나누어 일제강점시기를 다룬다. 1875년-1910년의 국권 수탈 실록, 1911년-1920년의 1910년대 실록, 1921년-1930년의 1920년대 실록, 1931년-1940년의 1930년대 실록, 1941-1945년의 1940년대 실록으로 나뉘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아픈 시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제강점시대. 분명히 기억해야 하고 알아야 하는 시기지만, 관련 도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솟구치고, 어쩐지 도망치고 싶은 심정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식민의 역사에 대해 스스로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역사를 잘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단순히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약자는 강자에게 저향했다는 수준의 지식을 넘어 총체적이고 다원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은 우리의 아픈 수탈의 역사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지배했던 총독과 일본인, 친일 관료와 친일 세력, 정책과 정책이 한국인에게 끼친 영향, 그 시대의 새로운 문화와 문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과 인물, 뚝심 있었던 민초들의 삶, 세계사의 흐름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일제 강점 시기를 다룬다.

 

일제 강점 시기를 다룬 책들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탓인지는 모르지만, 늘 어렵게만 여겨졌던 이 시기의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수탈과 저항의 역사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한 시대,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더 초점을 둔 듯한 느낌이라 약간, 아주 약간의 객관적인 시각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유명 인사들의 친일과 변절에 대해 다룬 파트를 읽을 때는 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분명 일제에 항거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었던 사람들을 변절하게 만든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그러고보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끝까지 독립을 부르짖었던 열사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고통을 맛봐야 했던 그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느 정도 복잡한 상황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덕분에 한 번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이 책과 더불어 동일한 시기를 다룬 세계사 책을 같이 읽는다면 더 깊이 있게 총체적으로 이 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상 가장 역설적이고 생동감 넘치던 시대에 관한 기록.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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