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망다랭 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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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가 들려주는 시대의 이야기. 그녀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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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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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점부터 가슴이 답답해졌다. 실험공동주택으로 이사온 은오와 요진을 맞이한 다른 세 이웃들 때문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홍단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모르겠네'라며, 굳이, 요진이의 직장이 어디인지 궁금해하고, 그녀가 사실은 약국에서 보조로 카운터를 본다고 말하자 카운터면 어떠냐면서 강교원과 주거니받거니 위로라고 생각되는 말들을 뱉어내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타인과 관계맺는 것에 부정적인 편이다. 좋게 말해 부정적이지 사실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기본적인 예의는 탑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그런 것들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아니지 않나. 누군가와 얽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괜히 상처받고, 다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에 지쳤다고 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남은 남, 나는 나'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들어앉아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타인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방어기제라고 해도 좋지만,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호구조사를 당하는 것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 '홍단희'라는 인물은 느무 신경에 거슬렸다. 급기야 아이들을 모아 공동육아를 하잔다.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고 체계적이라면 공동육아도 괜찮다. 한때 나도 집주변 공동육아를 열심히 알아봤었으니까. 하지만 너는 요리를 잘 하니 아이들 식사를 맡아라, 나는 이런 거 저런 거 만들기를 좋아하니 아이들 미술과 공작을 담당하겠다-식의 주먹구구 경영이라면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모두가 협조적인 것도 아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효내는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에도 앞에 앉혀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판인데, 낮잠 잘 동안 간신히 짬을 내어 하는 일이 동네 주민과 알맹이 없는 수다를 떠는 일이라면 그 자리가 얼마나 불편할까. 각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 얼마 되지 않는 이웃인데 친하게 지내야지, 다수결로 이렇게 결정됐는데 너는 이 정도도 양보 못해?-식의 협조를 강요하는 상황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내가 이랬으니 너도 이래야 해-라는 사고방식. 으아.

 

열두 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이 실험공동주택에 고작 네 가구가 모였을 뿐인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남편은 남의 부인에게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워낙 적은 가구가 모여있다 보니 부부싸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체 이 주택을 만든 사람은 무슨 정신으로 그런 널찍한 식탁을 만들었단 말인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갈등과 다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만약 현실에 이런 장소가 있다면 당장 달려가 따져물었을 것이다. 이웃, 공동체-라는 단어에서 더 이상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의 메마른 정서 탓인가 싶으면서도, 결국 이것이 현실이라는 자각에, 문득 아이들은 부디 나의 이런 염세적인 성향을 닮지 않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불쑥 솟아오른다. 복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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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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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의 저자 박광혁이 새롭게 출간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그림 속에서 의학과 인문학 관련 지식을 중점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 신간이 나오면 눈여겨보곤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그림을 보게 해주는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독자로서 매우 기쁜 일이다.

책의 제목에 걸맞게 여러 질병, 진화생물학적 관점, 삶과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 처음을 열어주는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 머리가 벗겨진 백발의 노인이 벽난로 앞에 앉아 비탄에 빠진 나머지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그림.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소리 없는 절규가 그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만 같다. 반 고흐의 삶과 그 죽음이 어떠했는지는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랐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비창>. 콜레라로 사망하기 아흐레 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 자신을 위한 레퀴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음악과 그의 죽음에는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엄머! 그림의 소재로 '이'가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맞다. 사람의 머리에 기생해 살면서 피와 체액을 빨아먹고 사는 바로 그 이!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활동했던 화가 피테르 데 호흐의 작품에는 <어머니의 의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 그림에는 엄마가 아이의 머리에 이가 있는지 손으로 뒤적거리고 있다는 유니크한 해석이 있다고 한다. 그 시절 네덜란드에서는 아이의 머릿니를 잡는 것이 모유수유, 자녀 예절 교육 등과 함께 가정주부의 중요한 책무였단다. 특히 아이의 머리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은 에라스무스가 자신의 책에 언급할 정도로 매우 강조되는 덕목이었는데,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왕립 미술관에 전시된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어머니>도 '이'를 소재로 한 그림 중에서는 유명한 듯 하다. 이 작품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데, 아마 저자처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뇌 부상으로 인한 감정변화를 일컫는 '아폴리네르 증후군'의 주인공이 된 시인도 있다. <모나리자>의 절도범으로 몰렸던 기욤 아폴리네르가 그 인물로, 프랑스의 권력층을 비판하던 이탈리아인인 기욤을 프랑스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후에 진범이 밝혀졌지만 그는 이 일로 연인 마리 로랑생과 헤어지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한 기욤은 최전선으로 이동하던 도중 어디선가 날아온 파편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치고 파리의 큰 병원에서 개두술까지 받지만, 수술 후 후유증을 얻게 된다. 이 후유증으로 약혼자 마들렌 파제스와도 파혼하게 되는데, 기욤이 오른쪽 측두엽의 손상으로 성격이 크게 변했다는 것이다. 시인으로서 감정과 정서가 메말라버린, 최악의 사형선고. 결국 그는 전쟁 중 얻은 폐 손상에 스페인독감이 더해져 목숨을 잃고 만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인 엘리자베스 폰 비텔바흐, 통칭 씨시황후의 비극적인 삶과, 현대의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작가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 속 돈키호테에게 조현병을 진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가 앓은 질환이 루이소제 치매로 보인다는 것, 심지어 렘수면 행동장애까지 보인다는 흥미로운 기술이 이어진다. '형제의 난'의 기원이 된 카인과 아벨 이야기, 지적이고 우아했지만 시대의 창녀로 평가절하된 퐁파두르 부인, 줄리언 반스의 작품 소재가 된 '닥터 러브', 드레퓌스 재판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에밀 졸라 등의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차 있다.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원래 그냥 '선서'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학살에 참여한 일부 의사들의 죄과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해 만든 제네바 선언이 오늘날의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되었다는 것이다. 드라마 등에서 등장인물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의 정신이 이렇게 지켜지면서 전해진다는 것에 무한감동을 받았었는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읽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은 결코 허구가 아니며 인간이 걸어온 또다른 발자취다.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에 대한 가이드로 가득한 그림책. 흥미롭게 잘 읽었다.

** <어바웃어북>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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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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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애정하는 클클 시리즈! 이번엔 드가라니, 환상적인 그림여행 떠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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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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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자전적 소설에 여성 서사를 그리고 있다니 이 작품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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