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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워크북 포함 한정판)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ㅣ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문해력'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사실 이 문해력과 관련된 문제는 교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전부터 체감하고 있던 부분일 것이다.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 수업 시간은 물론 시험 시간에조차 손을 들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질문하던 학생들을 종종 봐왔던 나로서도, 아이들의 독해 실력이나 제대로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이게 무슨 일인가 걱정하던 참이었으니까. 이미 육아휴직을 한 것이 올해로 6년차. 최소 6년 전에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어는 물론 영어와 수학 등의 과목에서조차 어려움을 호소하던 아이들이 빠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시간이다. 얼마 전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을 보니 이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 심각한 문제로 간주될 정도로 악화된 듯 싶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문해력은 아니다. 문해력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을 넘어서서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문해력이 저하되면 성인이 되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지문, 설명서, 계약서 등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해력은 모든 과목에 필요한 기초 이해 능력이므로, 그 능력이 낮으면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업에서 멀어져버리는 결과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사회인이 된다고 한들, 사회생활이 순탄하기만 할까. 각종 서류를 검토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사회의 인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해력'. 문해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인간에게 읽는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매리언 울프라는 인지신경과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는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어찌보면 읽는다는 행위는 적극적이다. 스스로 읽을 거리를 잡고 집중해서 글자를 읽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영상물을 접할 때와 책을 읽을 때 뇌의 활동이 다르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무언가를 읽을 때 인간의 뇌 중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책,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을 때 특히 이 전전두엽이 팍팍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전전두엽은 추론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집행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담당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기능이, 우리 아이들의 뇌에서 저하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딱히 문해력을 신경 쓴 것은 아니었지만 첫째 아이는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을 때부터 옆에 같이 누워 책을 읽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와 놀거리가 별로 없기도 했고, 책을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했고, 책을 통한 기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려면 아무 거부감 없는 아기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도 책 읽는 형아를 아기 때부터 봐왔기 때문인지 스스로 책을 골라 읽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문해력과 그저 책을 읽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책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문해려과 관련된 이런 저런 실험 결과와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잘 정리된 책으로 읽으니 한층 걱정이 깊어진다. 지금이야 어리고 영상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니 그렇다해도, 스마트폰을 접하고 친구들 관계가 깊어지면 아이는 책을 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어떤 방법이 현명할지, 가정과 교육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EBSBOOKS>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