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발랄한 로맨스

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어 생각해보니 10대 때 꽤 읽었던 로맨스 소설 작가였습니다. 주드 데브루. 오랜만에 이 이름을 마주하니 반갑기도 하고, 북폴리오에서 이 작가의 책도 내주다니 뭔가 다른 성향(?)의 작품인가 싶어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마 들으면 저만큼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요. 바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작가의 매력을 살려 새롭게 써냈기 때문이에요. 등장인물들이 출연하는 연극이 <오만과 편견>인데요, 주인공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테이트와 케이시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경쾌발랄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 케이시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자 작은 마을 서머힐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역 유지인 키트가 총괄하는 연극 <오만과 편견>의 대본을 같이 쓰고, 요리 실력을 발휘해 배우와 스텝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죠. 어느 날 아침, 집주인 테이트가 샤워하는 모습을 의도치 않게 엿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아웅다웅 티격태격 하는 사이가 되고, 급기야 테이트가 연극에서 다아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케이시까지 엘리자베스 역할을 맡게 되는 사태에 이르러요. 테이트는 케이시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만, 케이시는 그가 오만한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멀리 하며 가까이 해 좋을 것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 가고 함께 미래를 꿈꾸지만, 사랑에는 장애물이 필요한 법! 두 사람 사이에도 예기치 못한 오해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연극 <오만과 편견>은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재치있는 대사와 경쾌발랄한 분위기 덕분에 시종일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선과 악이 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챕터와 챕터 사이가 짧다는 점이었어요. 로맨스 소설이어도 분위기는 천차만별일텐데 챕터마다 내용이 짧아서 더 쉽고 경쾌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어요. [파이와 공작새]는 두 주인공 케이시와 테이트 사이의 매개체임과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오만과 편견을 대변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희곡으로 다시 찾아온 작품과 작품에 어울리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주드 데브루가 건재하다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또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