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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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가스 출판사가 2013년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 소설로 다시 쓰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매력적인 작품들이 재해석되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워드 제이컵슨의 [샤일록은 내 이름],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앤 타일러의 [식초 아가씨], 마거릿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까지 네 권이 이미 소개되었고, 이번에 만난 작품은 제가 무척 애정하는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뉴 보이]입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출간된 직후부터 빠져들었던 작품이라, 비록 모작에 헐값이기는 했지만 그림을 구입해 방에 걸어놓을 정도였어요. 지금까지 출간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모두 흥미롭지만, 이번 [뉴 보이]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는 트레이리 슈발리에라는 네임밸류 덕분입니다.

 

[뉴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오셀로>를 모티브로 그 무대를 학교로 옮겨 학생들의 미묘하고도 잔혹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냈습니다. 오셀로는 가나 출신의 소년 오세이 코코테로, 오셀로의 부인 데스데모나는 다니엘라, 디로, 교묘한 책략가이자 뱀의 혀를 가진 이아고는 이언으로, 이아고의 아내였던 에밀리아는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미미로, 금발의 청년 카시오는 선량하고 동급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캐스퍼로, 그의 연인이었던 비앙카는 소녀 블랑카로, 데스데모나의 엄격한 아버지였던 브라반치오 의원은 브라반트 선생으로 재탄생되었어요.

 

가나 출신의 전학생인 오세이에게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운동장, 오직 소녀 만이 그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말을 걸고, 그의 매력을 찾아냅니다.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든 소년소녀. 그런 그들을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관찰하는 이언. 교활한 책략가인 그는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그 음모에 여자친구 미미가 이용되죠. 질투와 원망은 소년 오세이의 두 눈을 가려버리고, 작품은 원작과 같이 비극을 향해 달려갑니다.

 

1970년대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주요 화두일 수밖에 없었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처음 오세이를 발견한 학생들의 경악스러운 반응, 오세이와 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 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일부러 오세이의 이름을 다른 식으로 발음하는 교장 듀크, 무슨 일이 벌어지기만 해봐라 하며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워 오세이를 감시하는 브라반트는 오세이를 궁지에 몰아넣는 인물들 중 하나에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립된 소년이 겪는 심리적 위기감과 외로움이, 이 주변 인물과 분위기를 통해 고조되어 갑니다.

 

작품의 주제도 주제지만, 제가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 부분은 문장입니다.


소년은 문자의 익숙한 영역으로 자기 이름을 가져왔다.

비극적인 내용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그림 같은 묘사가, 다른 결말을 기대해도 되는 것인가 기대를 품게 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느꼈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벅찼어요. 트레이시 슈발리에였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정식으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어째서 이 시리즈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어 뭔가 아쉬운 기분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시리즈에서, 아니면 다른 작품으로라도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이름을 또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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