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세계사 4 - 철부지 애첩에서 신이 보낸 악마까지, 달콤하고 살벌한 유럽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5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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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의 작가 키플링은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인데요, 이 문구에 대해 알게 해 준 작가가 바로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의 저자 이주은님입니다. 역사를 어려운 학문, 암기해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입시위주 사회 분위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아무리 사고력을 요한다고는 해도 암기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이니까요. 주어진 기한 내에 한국사를 필수로,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를 선택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만 따라가다보면 시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제가 학생의 입장에서 매일밤 아기를 재우고 난 후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한국사 중 토지제도만 나오면 그렇게 잠이 쏟아지더이다.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들에게 뭐라 할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어떻게 역사를 가르쳐야 하나 무척 고민되는 요즘, [스캔들 세계사]는 단비처럼 저의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네요. 시리즈로는 벌써 네 번째, 작가가 출간한 책으로는 [은밀한 세계사]까지 다섯 번째 책입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카이사르의 일화부터 시작됩니다. 해적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예죠. 해적에게 납치되었어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호령하며 결국에는 일망타진하는, 용맹스럽고도 지략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권력 앞에서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기는커녕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존재하고, 복잡한 가계 속에서 왕좌를 위해 부모 자식 간에 벌어지는 싸움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특히 복잡한 유럽의 가계도 때문에 머리가 좀 아팠는데요, 그래도 눈 부릅뜨고 정신 집중해서 따라가다 보면 내용을 이해하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독특하게도 이번 책에서는 전염병을 퍼트리고 다닌 무서운 요리사와 전쟁에 참전한 곰돌이 병사도 등장해서 웃음 있는 공포와 재미를 주었어요.

 

18개의 챕터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전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관련된 일화들이 참 인상 깊었어요.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를 보고 마지막 황녀인 그녀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었거든요. 어딘가에는 살아있었을 거야-같은, 희망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작가의 근거 있는 설명을 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가 봅니다. 슬프게도요. 아들의 생존을 위해 요승 라스푸틴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알렉산드라 황비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표지를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수업 시간에도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간이나 시험에 구애받지 않고 즐겁고 재미나게, 옛날이야기 한 편 듣는 기분으로요.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느냐는 저의 역량에 따른 것이겠지만, ‘진도를 무시할 수는 없겠죠. 좋아하는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로 잠깐이나마 마음을 달래보았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네요. 요런 복잡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그 머리 속을 잠깐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럼 전 이만, 다시 공부하러.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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