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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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일은 항상 큰 즐거움입니다. 특히 그 장르가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이번에 발견된 작품은 C.J.복스의 [오픈 시즌]. 주인공인 조 피킷 시리즈의 전설적 서막을 알린 작품이자, 전 세계 27개국에 출간되고 1000만부가 판매된 전설적인 시리즈입니다.

 

조 피킷은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로키산맥을 아우르는 와이오밍의 광활한 자연을 픽업트럭으로 누비는, 굉장히 남성적인 냄새를 풍기는 직업인 수렵감시관 일을 하고 있지만 특출난 능력 하나 없는-심지어 총도 잘 못쏘는-사람입니다. 그가 가진 게 있다면 사랑하는 아내 메리베스와 딸 셰리든, 루시라고 할까요. , 사랑스런 강아지 맥신도 있군요. 어리석어보일 정도로 곧고, 주위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옳은 일이니까 한다는 소신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입니다. 그런 그의 집 뒤에서 오티 킬리라는 한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그는 과거 조 피킷과 한 차례 갈등이 있었던 인물. 다행히(?) 조 피킷이 용의자로 몰리지는 않지만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한 터라 그가 의심을 하게 된 정황, 수사과정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정치적인 덫에 걸려버리는 상황에 빠지죠. 약간 무능력한 남자로 보이기까지 했던 조 피킷은, 그러나 가족에게 위험이 닥치자 그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인물로 우뚝 서게 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수렵감시관이고 제목 또한 오픈 시즌(합법적인 사냥 허가 기간)이다보니 멸종위기종의 보호나 조 피킷의 직업 수행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읽기를 꺼려했던 것도 뭔가 복잡한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소설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영리한 작가는 그런 내용들을 길고 지루하지 않게 잘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간결하고 스피디하게 소설을 전개시켜 나갑니다. 마치 주인공이 수렵감시관일 뿐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스릴러야, 라고 말하는 듯이요. 여타의 스릴러들과 비교해 그리 길지 않음에도, 스릴러라면 들어가야 한다고 여겨질 모든 요소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읽히는 속도감,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굉장했어요.

 

게다가 제가 매력을 느꼈던 점은 조 피킷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어요.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들의 특징이 고독과 어둠이었다면, 조 피킷은 비록 경제적인 문제는 가지고 있을지언정,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가족을 아낍니다. 그 점은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에요.

, 만사가 글러버린 건 아니야. 당신에겐 내가 있잖아. 가족도 있고. 당신이 기개를 잃은 것도 아니고. 아직 당신은 가진 게 많아.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아.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희생에 고마워하고 있어. <p215>

이런 아내와 그를 믿어주는 딸들이 있다면 조 피킷이 무엇인들 못하겠어요. 그의 정의로움과 불의에 대한 저항은 가족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폭발됩니다. 그 장면이 무척 인상깊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 탄식을 자아냈어요. 앞으로의 조 피킷의 힘도 가족에 대한, 가족으로부터의 사랑으로부터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 어째서 이 작품이 전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조 피킷 시리즈는 무려 열일곱 권에 달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출간도 기대됩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인물과 시리즈를 만나 무척 흥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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