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정유경 지음 / 시공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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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극을 볼 때 가끔 , 옛날에는 속 편하게 사는 사람이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노비는 노비대로 핍박받고, 평민은 평민대로 살기 어렵고, 또 양반은 양반대로 여기저기 눈치도 보아야 하고 가문의 체면도 생각해야 하며, 왕은 왕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니 어느 누가 마음 편히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왕이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를 볼 때면 그 생각이 더 강해지기도 해요. 권력을 갖는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구나, 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니 왕들이 일찍 유명을 달리했구나,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왕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왕좌를 두고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권력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드러내죠. 왕좌에서 멀리멀리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로요.

 

정당한 왕조교체 뿐만 아니라 쿠데타, 암살, 내전, 혁명 등으로 권력의 자리는 쉽게 그 주인이 바뀝니다. 저자는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러시아, 오스만 제국 등 여러 나라의 권력 교체를 묘사하는데요, 챕터 5의 제목 중 이해하는 것이 난제-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 챕터 1, <윌리엄 1, 잉글랜드를 손에 넣다>부터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어찌나 왕들을 기억하기가 어렵던지. 하지만 그 뒤부터는 술술 유럽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답니다. 본편의 내용뿐만 아니라 <더 읽어보기> 부분은 부록처럼, 야사처럼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어요. 대체 권력은 뭐고 힘은 뭘까요? 힘을 얻어서 뭐든 할 수 있게 되고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발아래 두면 행복하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 권력 때문에 언제 누가 자신을 죽일지 평생 두려움에 떨게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그 권력 때문에 부모도, 형제도 잃게 되는 비극을 겪어야 한다면 저는 억만금을 줘도 그 자리에 올라가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우리나라 역사도 재미있으면서 어렵지만, 저는 예전부터 유럽 역사가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이름들도 그렇고 국가가 통합되었다 분열되었다 하는 것도 어렵고요. 저자의 이 책을 통해 비교적 쉽게 유럽 역사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도 풍부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자는 이런 역사를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책을 쓰면서도 헷갈리거나 어렵지 않았을까, 그것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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