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년, 조선왕릉에서 역사를 보다
이우상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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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소년이 조선왕릉에서 역사를 본다고 해서, 14세 소년이 지은 책인 줄 알았습니다. 저자는 이우상님, 14세 아들 동훈이를 위해 지은 책인가 봅니다. 프롤로그에 동훈이가 쓴 일기같은 게 있어요. 이제는 아빠와 대등한 대화를 하고 싶다며, 컴퓨터와 휴대폰에 관해서는 자기가 도사인데 역사 이야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게 된답니다. 역사에 관해서는 아빠가 선생님이라 무식한 자신이 부끄럽다고 하네요. 기특한 아들입니다.

 

조선왕조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책들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왕릉과 관련지어 읽어보기는 처음이에요. 조선왕릉은 모두 42기라고 합니다. 조성 형태에 따라 능의 형식이 구분되고, 단릉이든 합장릉이든 모두 권력의 성쇠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요. 조선 왕릉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데 경복궁과의 거리를 참작하여 반경 100(40킬로미터) 이내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태조의 비 신의왕후 한씨의 재릉과 2대 정조의 후릉은 개성에, 6대 단종의 장릉은 영월에 있답니다. 왕릉의 기본구조는 물론, 실록에 관한 이야기, 왕의 이름을 짓는 방법, 왕의 업적을 평가하는 항목(), 후대에 와서 왕의 묘호가 바뀐 경우, 왕의 을 정하는 기준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전문 역사학자는 아니신 듯 하고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이렇게 왕릉을 돌아다니면서까지 역사를 기억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아들도 얼마나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을지 짐작이 됩니다.

 

14세 소년 동훈이를 생각하며 지으신 듯, 책 내용이 쉽고 간결합니다. 조근조근 설명체로 서술되어 있어 이미 조선왕조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본 분이라면 무리없이 휘리릭 읽을 수 있을 정도에요. 처음 역사를 접하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조 이성계부터 순종까지 조선왕조 500여년의 역사가 그려져 있는데, 왕릉을 주제로 해서인지 왕 뿐만 아니라 왕비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실려 있어 신선했어요. 그들의 묘가 합장묘인지 단릉인지도 설명되어 있고, 성종의 능은 유해가 없는 빈 무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이 보물을 찾으려고 무덤을 파헤친 이후로 유해를 찾을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릉 답사가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저자는 왕릉을 돌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듯 합니다. 사색하고 성찰하면서 500여 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겨울의 초입이라 시간이 흘러야겠지만, 이 계절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리 튼튼이와 짝꿍과 가까운 곳부터 한 번 나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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