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이 의정부에 있었을 때,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는 항상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와 함께 했었습니다. 하루의 피곤을 느낀 것도 잠시, 차분하고 달콤한 허윤희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꿈결 같았어요. 40, 혹은 1시간 가까이 걸리던 퇴근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그 길 위에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도 했었죠. 몸은 피곤했지만 주차하는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그 때의 감성은, 정말 최고였거든요. 허윤희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는,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었고, 때로는 그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잠 못 이루던 날도 있었습니다. 귀로만 듣던 그 이야기들을 겨우 책으로 만났네요.

 

책을 읽는 내내 한동안 듣지 못했던 허윤희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오랫동안 한밤의 라디오를 가까이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과거의 저를 떠올릴 수 있었죠. 그리고 제목이 [어른의 이별]인만큼 어쩔 도리 없이 과거의 인연들이 떠오릅니다. 과거의 인연들이 아쉽지는 않아요. 투닥투닥하더라도 저는 지금의 짝꿍을 무척 사랑하고, 이 사람이 아니면 오롯이 나를 받아들여주지 못했을 거라는 확신도 있으며, 우리 아기곰을 얻게 된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짝꿍 외에, 그리고 우리 아기곰 외에 그 어떤 다른 존재도 떠올릴 수 없을만큼 이 두 사람을 굉장히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것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헤어지던 그 때, 그리고 책을 읽는 순간에 떠오르던 질문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손을 놓은 건 내가 먼저였을까, 그가 먼저였을까. 시간이 흐른 뒤의 그의 연락에 내가 다른 식으로 반응했다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까. 짝꿍을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온 옛 인연의 소식에 잠시 마음이 어지러웠던 때도 있었거든요. 이제와서는 부질없는 질문이겠지만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처럼 저의 인생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텐데 그 또다른 모습은 어떨지에 대한 순수한 의문이라고 해두고 싶네요. 다시 한 번. 전 짝꿍을 많이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히힛.

 

오랜만에 사랑과 이별에 관한 글을 읽었더니 마음이 울렁울렁합니다. 때도 알맞게 찬바람도 조금식 불어주고 있네요. 사랑의 순간도, 이별의 순간도 저의 인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그 시간들의 터널을 지나 짝꿍을 만났고, 우리 아기곰을 만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해요. 부디 지금 곁에 있는 인연에 최선을 다해주세요. ‘어른의 이별이 무엇인지 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맺어진다면 좋고 맺어지지 않는다 해도 후회 없이, 가슴은 아파도 다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사랑을 하는 여러분,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여러분, 모두 응원합니다. [어른의 이별] 덕분에 잃어버린 감성을 찾은 기분입니다. 흐흣.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