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친구 루크 해들러와 그의 아내, 아들 빌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만에 고향을 찾은 에런 포크. 루크 해들러는 농장의 경영난으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친구 엘리 디컨의 자살 배후에 에런이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심으로 아버지와 도망치듯 마을을 떠나야했던 에런은, 이번에도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곧 마을을 떠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루크의 부모인 제리와 바브의 요청으로 루크의 죽음에 혹시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내막을 찾아내기 위해 며칠 더 마을에 머무르기로 결정합니다. 마을 경찰인 라코와 의기투합하여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와중에도 엘리의 죽음과 그를 향한 의심은 여전히 에런의 뒤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마침내는 물리적인 폭력의 형태로 그를 위협하죠. 과거 루크와 공모했던, 거짓 알리바이는 에런의 가슴 속에서 루크의 이번 사건이 엘리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하고, 마을 안에 숨겨져 있던 작은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저도 과거의 사건과 이번 사건이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아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습니다. 에런은 확실히 범인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루크가 범인인가, 그래서 에런에게 거짓 알리바이를 제안한 건가, 그런데 정말 루크가 범인일까, 또 다른 사람이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루크가 아내와 아들까지 죽이고 자살했을까, 이 사건에 범인이 따로 있을까, 있다면 누구인가. 수수께끼가 너무나 크고 거대해서 어디서부터 짐작을 해야 할 지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사건의 실타래는 과거의 사람들의 시점과 조금씩 교차되며 풀어지는데 저는 사실 조금 지루했어요. 이 작품은 속도감있게 죽죽 나가기보다는 기분 나쁜 더위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에요. 팔을 벌린, 무시무시한 습도가 머리 위를 덮쳐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진실을 향해 가는 마라톤같은 작품입니다.

 

이 사건들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루크의 아들 빌리의 죽음이었어요. 어린 아이가, 엄마가 죽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도 곧 죽음이 다가올 거라는 걸 알고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빨래바구니 뒤에 숨어서 숨죽이며 바지에 소변을 적시고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멈춰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아이들의 죽음은 허용되서는 안될 일입니다. 열여섯이었던 엘리 디컨의 죽음 역시. 그녀도 그저 10대 소녀였으니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이 얼마나 그녀는 외로웠을까요.

 

진실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결말도 궁금한 소설이었지만, 여러 사람의 심리,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자주 바뀔 수 있는지,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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