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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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남기는 리뷰입니다. 그러나 책 내용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믿고 싶네요. 오랜만에 읽은 아멜리 노통브입니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을 꽤 읽었던 것 같은데, 너무 어렸을 때 읽었기 때문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뭔가 어렴풋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는 느낌만 남아있어요. 그래서 한 동안 읽지 않았었는데 저를 그녀에게 인도한 것은 <푸른 수염>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 자신만의 비밀의 공간을 만들어두고 그 방에 발을 디딘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푸른 수염 이야기요. 그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지, 그녀는 어떻게 푸른 수염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채로 그려냈을지 오랜만에 궁금해졌습니다.

친구 집 불편한 소파에서 살던 사튀르닌.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싼 값에 빌릴 수 있는 방 한 칸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여인들의 관심은 그 집의 남자, 돈 엘레미리오였습니다. 그 집에 살던 많은 여자들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을 들려주며 돈 엘레미리오는 굉장한 매력남이라고 일러주죠. 그 말에 콧방귀를 끼고! 오로지 이 집의 방 한 칸만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돈 엘레미리오는 그녀에게 방을 빌려줍니다.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심지어 신부마저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개인미사를 드리고, 자신이 굉장히 고귀한 존재라는 자부심 속에 살아가는 남자. 그는 사튀르닌이 황금색 그릇에 담긴 노란 달걀 크림이 아름답다고 말하자마자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며 열렬히 마음을 고백하는 엉뚱함을 보이기도 해요. 그와의 몇 번의 저녁식사를 통해 자꾸만 그에게 향하는 마음을 느끼지만, 명석한 사튀르닌은 그의 비밀을 알아채고 그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책이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 더 읽기가 편했던 것 같아요. 마치 하나의 공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튕기듯 대화를 이어가는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의 대사는 읽는 맛이 살아있습니다. 초반의 엉뚱함과 수상함을 걷어내는 다정함과 세심함을 보이는 돈 엘레미리오 앞에서 그의 행적을 의심하던 사튀르닌의 마음은 어느 새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각하게 되죠. 결국 자신의 편의에 따라 많은 여자들의 실종은 그와 관계가 없고, 여자들은 어딘가에 잘 살아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똘똘한 사튀르닌은 상황을 잘 살피고 모든 정황을 끼워맞춘 후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선택을 하기까지의 그녀는 괴로웠을까요? 잠시나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통통 튀는 프랑스식 유머를 맛본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도 않고요. 무척 인상 깊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 이게 아멜리 노통브였어’라는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네요. 유머와 철학이 겸비된 아멜리 노통브 판 푸른 수염. 그 비밀의 방에 발을 들여보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이제 발을 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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