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다녀온 곳의 여행책은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에세이가 아닌 이상 여행책자를 파고드는 것은 어디를 어떻게 가면 좋을까, 뭘 먹을까를 궁리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래서 보통 단순한 안내위주의 책은 한 지역의 여행이 끝나고나서는 손이 잘 가지 않는데, 홋카이도만은 예외. 작년 여름 다녀온 홋카이도에 다녀온 기억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지워지지 않고 더욱 선명하게만 느껴져요. 여름같지 않게 서늘했던 공기, 고소하고 맛있었던 우유, 부드러운 생크림의 맛, 심지어 홋카이도에서는 편의점 빵마저 정말 맛있더라고요! 드넓게 펼쳐져있던 비에이와 후라노의 풀밭과 언덕들,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었던 오타루, 언덕 위에서 바라보았던 하코다테의 바다와 오들오들 떨며 밤이 되길 기다렸다 마침내 바라본 야경까지. 10박 11일동안 홋카이도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저에게 정말 ‘힐링’이 되어주었답니다.
사실 제가 들여다보고 온 홋카이도는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로 내려간 후 다시 삿포로 쪽으로 올라가며 거친 노보리베츠, 비에이와 후라노, 오타루와 시작이자 종착이 되었던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서남부 정도라고 할까요. 홋카이도의 자연을 더욱 깊이, 듬뿍 맛볼 수 있는 곳은 동쪽이라고 들었어요. 겨울에 유빙체험도 할 수 있고요. 못가 본 곳에 대한 동경과 겨울의 홋카이도를 보고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제 머릿속에는 온통 홋카이도에 대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홋카이도 관련 책을 욕심내고 있는 중입니다.
[홋카이도 홀리데이]는 작지만 들어있어야 하는 정보는 대부분 실려 있습니다. 저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세심함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여름의 홋카이도도 물론 좋았지만 홋카이도의 겨울을 대표하듯 눈꽃 모양이 새겨진 표지만으로도 마음이 설렜습니다. 아마 홋카이도를 아직 다녀오지 않은 분들과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제가 보는 이 책은 관점부터 다를 거에요. 저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이었거든요. -앗, 여기에도 실렸네! 여기도 가봤지! 내가 찍은 사진과 비슷하구만!-이라는 마음이 더 강했습니다. 한 번 여행갔었던 곳의 여행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네요. 다만, 호화로워보이는 호텔보다는 소담한 펜션들 소개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참에 제가 비에이-후라노에서 묵었던 펜션 <쉐라팡>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다정한 할아버지와 젊은 부부, 귀여운 아이들이 있는 펜션 쉐라팡은 친절하기도 친절하지만 음식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사용하는 차를 이용해 비에이-후라노 일대를 한 번 죽 훑어주시기도 해서 드넓은 풀빛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답니다.
저는 언젠가 꼭 다시 홋카이도에 갈 겁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다시 그 곳에 갈 때까지 이 추억들을, 그 곳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속에 찾아드는 이 느낌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어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직은 떠나실 수 없는 분들, 책으로나마 홋카이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달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