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미셸 램블린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바로 이런 책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핀란드를 여행한 책이나 핀란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닌, 핀란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다룬 책이. [카모메 식당]으로 핀란드에 대한 동경의 감정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 책을 읽을 당시만 해도 핀란드에 대해 이렇게 애틋한 마음이 생길 줄은 몰랐다. 나의 마음속에 –꼭 가봐야 하는 나라-로 드디어 자리 잡은 것이다. 계기는 간단했다. 모 방송국에서 언뜻 보게 된 핀란드의 교육. 국가가 교육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을 해도 그 사교육이 학교 성적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말.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중시하며 심지어 시험 시간에도 학생이 교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나라. 한 반에 학생이 많아야 열 명 정도일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공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적인 학업성취도평가인 피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2위를 차지한 우리나라가 건넨 ‘근소한 차이로 졌다’는 말에 ‘당신네 나라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월등한 차이로 이겼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는 일화에는 그만 찔끔했다. 교육에서 시작한 관심은 이제 핀란드 사회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저자는 핀란드의 예술에 끌려 핀란드에서 공예와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한다. 스위스와 프랑스,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고 두바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공부를 한 남편과 핀란드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 ‘레스토랑 데이’로 시작한 특별한 문화행사부터 교육과 복지에 관한 이야기, 친환경적인 생활방식 등 넓고 깊은 정보들로 꽉꽉 차 있다. 각자가 준비한 음식을 판매하며 행복을 느끼는 레스토랑 데이, 집 주변 텃밭에서 야채를 키우며 느끼는 충족감, 각자의 집을 공개하는 헬싱키 어반 하우징 페어,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 학생과 엄마를 위한 복지, 핀란드의 디자인을 다룬 내용들은 역동적이거나 맛깔난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조금 덤덤하게까지 느껴지는 문체와 내용들이 참 좋았다. 그 동안 내가 보고 있던 핀란드는 어쩌면 환상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환상이 이 책으로 인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오히려 핀란드에 대한 나의 기대를 증폭시켜 주었다.

가장 인상적이고 또한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배려’다.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하는 것보다 협력을 택했다는 핀란드. 높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그에 따른 혜택 또한 뒤떨어지지 않아 국민들이 모두 충분히 국가를 믿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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