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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오키나와 여행 - 오키나와에서 꼭 가보고 싶은 특별한 공간 45곳 ㅣ 새로운 여행 시리즈
세소코 마사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꿈의지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서히 여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니 여행을 가고 싶어 몸과 마음이 들썩들썩한 요즘입니다. 7월 말, 혹은 8월 초에 떠나려고 했던 오키나와 여행을 눈물을 삼키며 힘겹게 접은 후유증 탓인지 신나게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에게 괜히 심술이 나기도 해요. 사실 떠나려면 얼마든지 훌쩍 떠날 수 있지만 내년이 아부지 환갑이셔서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큰 탓에 올해는 과감하게(?) 여행을 접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 홋카이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걸 생각하면, 여행이란 하는 도중도 즐겁지만 준비할 때, 돌아와서 추억할 때 모두 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올해 조금 더 열심히 자금을 끌어모아서 내년 부모님 여행도 보내드리고, 저도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래서 저도 차마 도쿄 근교에는 가지는 못하지만 일본은 지역에 따라 각각의 매력이 풍부한 곳인 것 같아요. 그래서 목표로 했던 곳을 다녀오면 또 다른 목적지가 생기고, 그 곳을 다녀오면 또 다른 목적지가 생기는 듯 합니다. 작년에 홋카이도를 다녀오고 나서는 이제는 일본에 그만 가도 되겠지 했는데, 올 상반기부터 오키나와가 자꾸 저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일본 본토와는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인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오키나와는 꾸준히 찾고 있는 것 같아요. S본부에서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이 오키나와에 있는 추라우미 수족관이 등장해서 그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본래 류큐왕국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에 점령당했다가 일본의 패전과 함께 일본으로 귀속된 오키나와. 때문에 아직도 오키나와 사람들 중에는 -우리는 일본인이 아닌 류큐왕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고 합니다. 일본 패전 시 강제로 죽음을 강요당한 사람들도 많았다네요. 오키나와 출신인 일본의 국민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천황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는데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죠.
그런 오키나와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푸른 하늘과 바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아서, 어쩐지 이곳에 가서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지 않고 바닷가 근처에 앉아있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때는 아직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렌터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어요. 보통은 자동차를 이용해서 관광을 한다고 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운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은 제목 그대로 ‘새롭게’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인 여행안내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는 숙소, 관광지 등이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아요.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오키나와에 와서 어떻게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가-에 관한 부분입니다.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 맛있는 빵을 만드는 사람, 향기로운 커피를 내리는 사람, 신간도서와 중고서적을 같이 다루고 낭독회를 여는 사람들이 등장해요. 그 중에는 대지진을 겪고 난 뒤 오키나와로 이주해온 사람도 있고, 고향이 오키나와였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키나와로 이주한 이유, 각각의 취향은 모두 다르지만 제가 그들을 ‘하나’처럼 느끼게 된 것은 그들 모두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일, 중요하죠. 하지만 그 일을 생활 속에 어우러지게 만든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책에 등장한 사진이나 이야기만 들어서는 무척 손쉽고 간단하게 이루어진 생활같지만 분명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이 존재했었겠죠. 그런 시간들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던 삶을 손에 넣은 사람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오키나와로 이주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일과 삶이 서로 나눠진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삶이 곧 일이고, 일이 다시 나다운 삶이 되는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오키나와에서라면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여러 가게들을 소개해놓은 책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오키나와에 가고 싶어졌어요. 혹시 아나요? 오키나와에 여행 갔다가 저도 그 곳에서 눌러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