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왕의 꽃 1~2권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9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마세요]

로맨스 소설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접하고 있는 작품들 중 <블랙 라벨 클럽>은 나름 괜찮은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출간되는 작품들의 성향도 다양하고 출간 속도도 안정되어 있어 매달 출간되는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성향의 다양성’으로 인해 재미있는 작품도 있었고,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지만 <블랙 라벨 클럽> 시리즈의 [버림 받은 황비]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큰 즐거움이었다. 회귀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지중지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지만 이것도 성향에 따라 누군가는 ‘별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래서 사실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복불복’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귀왕의 꽃]은 입소문도 잘 듣지 못하고 있다가 출간예정과 함께 그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사실 나의 귀를 팔랑거리게 한 것은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보다 1권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야광귀-라는 존재였다. 보송보송 하얀 털에 웃고 있는 듯한 입매. 고양이 같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아닌, 뭔가 마음을 몽실거리게 하는 귀여움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어디선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역시 이야기는 좋다. 숨겨진 사연과 비밀, 마치 보물을 찾는 듯한 기분. 이야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우리나라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국 돗가비(도깨비) 전설을 바탕으로 아귀, 효문조, 그슨대 등 다양한 우리 귀신들이 등장하는 데다 인간세상과 별세계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판타지. 배경은 현대지만 등장인물들과 여주인공의 집안에 전해내려오는 내력 등은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동화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져 귀신들이 등장함에도 무서움보다는 정겨움이 먼저 느껴진다.

먼 옛날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귀신의 왕 백야의 저주를 받은 금씨 일족. 오늘은 그 가문의 셋째이자 막내인 도화의 귀신의 날이다. 그 해 열여덟이 되는 자손이 악귀를 달래기 위해 지내는 제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화는 까무룩 정신을 놓고, 신발을 물어가면 귀신의 신부가 되게 한다는 야광귀가 나타나 도화의 신발을 가져가버린다. 두 오라버니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을 빠져나온 도화는 귀신의 추격을 받던 도중 귀왕 백야의 도움으로 별세계(귀신의 세계)로 이동한다. 그제야 알게 된 가문의 진실, 제물의 존재, 자신의 처지. 암담하기만한 현실이지만 별세계 속 귀신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게다가 백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도화. 예전 자신의 반려라 믿었던 예영에게 배신당했다 여기는 백야는 예영의 환생이 도화라 여기고, 도화는 백야가 자신이 아닌 예영만 바라보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작가가 그려내는 별세계는 무섭다기보다 신비롭다. 창문을 열면 쏟아져들어오는 구름, 아름다운 하늘, 인간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생활을 영위하는 귀신들. 인간 세상에도 착하고 어진 사람들이 있고 흉포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별세계에도 착한 귀신과 악령이 구분되어 있을 뿐이다. 분위기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질질 끄는 부분 없이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내용 전개, 엉성하지 않은 구성과 스토리라인, 얼토당토않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 주인공, 2권의 끝부분에 가서 공개되는 -시간과 공간에 얽혀 몇 번이나 같은 생을 산다-는 설정 모두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가지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인간 및 귀신들의 캐릭터가 작품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버림 받은 황비] 이후 만난 <블랙 라벨 클럽> 시리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격적인 면. 각 권의 분량으로 봤을 때 두 권의 분량으로 한 권을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굳이 분권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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