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 피나코테크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1
실비아 보르게시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로니에북스에서 한동안 출간이 뜸했던 <세계 미술관 기행>의 열 한 번째 작품이 드디어 나왔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테 피나코테크(처음에는 사람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 이 시리즈가 출간되었을 무렵의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여행과 미술에 깊이 빠져 있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다. 상트페테르브루크에 있는 [에르미타슈 박물관] 이후 소식이 없길래 이제 더 이상 출간되지 않나보다 생각하던 차에 나온 [알테 피나코테크]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를 입은 자화상>이다. 독일 최초의 정면자화상인 이 작품은 뒤러의 화가로서의 위엄에 자부심을 가진 듯, 그 모습이 예수와 동일시되어 있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는 누군가의 자화상이 아니라 예수를 그린 작품 중 하나로 착각할만하다.

1988년 4월 한 남자가 알테 피나코테크에 침입해 작품에 염산을 뿌린 이후, 사람들은 이 곳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방탄유리 아래로 감상하게 되었다. 방탄유리에서 20센티미터 이내로 접근할 경우 경보가 울리며 입구가 자동으로 차단된다고 하니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소중한 유산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앞서 발간되었던 미술관 기행시리즈처럼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기본 토대도 성서이다. 예수의 십자가형이라든지,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예전에는 성서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것에 진부함을 느끼곤 했는데 화가들이 저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작품에서 특징을 들여다보는 일이 꽤 재미있다. 특히 이번에는 <마리아의 탄생>이라는 작품이 인상깊다. 예수의 탄생에 대해 그린 작품들은 많이 봤지만 마리아의 탄생에 대해 그린 작품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화가가 ‘마리아의 생애의 대가’라는, 15세기 후반 쾰른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화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된 부분도 재미있다.

1월, 오스트리아를 찾았을 때 가장 좋았던 부분은 벨베데르 궁전에 있는 클림트의 <키스>를 만났다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더 피부에 다가왔고, 그 그림에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도 깊은 감동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내가 <세계 미술관 기행>에 끌리는 것도 여행과 그림이 하나가 되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행운. 언젠가 이 시리즈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