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퀴어 주겠어!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8
박희영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의 리뷰만 보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듯 하여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설레임 가득한 장면, 둘 앞에 닥친 위기를 극적으로 뛰어넘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로맨스 소설은, 그 작품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서 이미 <로맨스 소설의 법칙>같은 것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새롭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아이디어 연구가 필요한 장르이다. 게다가 진부한 장면을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려면 글솜씨는 물론 장면을 구성하는 기술도 필요하니 작가에게 정말 고급 능력을 요하는 분야가 아닐까. 그래서 등장인물의 깊은 심리묘사는 약하고, 사건 위주의 전개만 보인 [할퀴어 주겠어]에 느낀 실망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 같다. 평소 책에 대한 평가가 박하지 않은 나로서는 드물게 매긴 평점이다.   

 

[할퀴어 주겠어]는 신기하게도 주인공이 사고를 당해 고양이로 변신을 하게 되면서 얻게 되는 사랑이야기다. 오빠 친구 진혁에게 첫눈에 반한 청아는 진혁이 다닌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내내 공부에만 빠져 지내다 마침내 진혁과 같은 학교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다이어트도 하고 예뻐져서 진혁과의 만남을 말 그대로 코앞에 둔 청아는 우연한 사고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다. 고양이의 외모로. 그 곳에서 만나게 된 황제의 동생이자 대공작인 류안. 겉모습만 고양이로 변했을 뿐 말도 생각도 인간 청아의 것 그대로인 그녀는, 처음에는 차갑고 냉정한 남자로 여겼던 류안과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의지도 하면서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다.  

 

블랙 라벨 클럽에서 출간된 로맨스 소설에는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아 나도 그 동안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쩌면 [할퀴어 주겠어]의 감각과 나의 감각이 맞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여고생들은 열광하며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는 청아와 류안같은 로맨스 라인에 꺅꺅 할만큼은 어리지 않다는 것. 청아와 류안 사이의 로맨스 기류는 다소 지루했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아련함도 부족했던 듯 하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할퀴어 주겠어]의 작가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인터넷에서 연재될 때의 글의 느낌과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연재할 때는 그때마다 핵심이 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회씩 읽는 독자들도 큰 불만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재된 내용이 그대로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작품은 그저 사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창의력도 부족하고 글솜씨도 부족해서 작가들을 비평할 자격이 과연 나에게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사건들의 연관성과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한 깊은 탐구없이, 내면을 파고드는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 없이 로맨스 소설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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