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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2 - 새벽 1시의 사랑 도둑 ㅣ 한밤중의 베이커리 2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한밤 중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에 미모의 아가씨가 나타났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이름은 유이 요시노. 그녀가 품에서 꺼낸 것은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에서 블랑제로 일하고 있는 야나기 히로키와의 혼인신고서! 중학교 2학년 때 잠깐 교제한 적이 있던 그들이 어렸을 때 작성한 혼인신고서를 들고 등장한 요시노는, 무슨 사정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혼인신고서를 들이밀며 잠시만 머물 수 있게 요청한다. 사람 좋은 구레바야시씨와 자신도 얹혀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괜찮다라고 생각한 노조미는 결국 요시노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노조미와 요시노는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2층에서 함께 살게된다. 요시노는 그녀만의 매력으로 꼬맹이 고다마와 변태 각본가 마다라메 뿐만 아니라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에 들르는 남자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런 그녀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노조미. 요시노에게는 뭔가 있다! 노조미의 여자로서의 촉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밤에 책을 읽게 된 것을 주린 배를 움켜쥐고 후회하게 만든 훈훈한 작품 [한밤중의 베이커리]가 2권으로 돌아왔다. 각본가 출신의 작가 오누마 노리코의 [한밤중의 베이커리]는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TV 드라마로도 방영되었고, 신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시리즈로 출간되어 현재 3권까지 합계 9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고 한다. 2권도 1권만큼 굉장히 재밌어서 무엇보다 3권까지 출간되었다는 게 굉장히 기뻤다. 이런 달콤하고 따뜻한 책을 아직 한 권은 더 읽을 수 있다는, 순수한 기쁨이라고 할까. 1권을 읽을 때 한 번 경험했던지라 이번에는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빵을 한가득 사다놓았다. 그럼에도 코끝에서 감도는 빵냄새며 히로키가 만들어내는 크루아상을 먹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어쩌지 못해서, 오늘도 빵이 가득 찬 배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1권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한 편씩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소개되는 느낌이었다면, 2권에서는 사건다운(?) 사건이 벌어진다. 히로키와 인연이 있는 아야노가 등장하면서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식구들 주변이 시끌시끌해지는 것이다. 아야노의 행실이 약간 여우같은 면이 있어서 처음에는 노조미의 시각으로 나 역시 그녀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역시 이 작품, 정말 따뜻하다. 아야노가 숨기고 있는 상처, 그녀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과제들을 제시하며 사람을 대할 때 한 쪽 눈으로만 쳐다보지 말라는 교훈을 새삼 일러준다. 약간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면서도 마음 깊이 번져가는 이 느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따스함이 넘쳐난다. 사랑스럽고, 맛있는(?) 책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원한다는 건 구원받는 것과 통하니까. -p18
속죄도 구원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문장도 가슴 깊이 박혔다.
시즌 1에서 소개했듯 구레바야시와 노조미는 진짜 형부-처제 사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점점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구레바야시의 부인이었던 미와코로부터 구원받았고 미와코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우산이 되기를 자청한 히로키, 변태 각본가이지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이든 다 바칠 수 있는 순수한 마다라메, 꼬맹이 고다마도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속에서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가족이란, 핏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느냐, 사랑하느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가족이라면,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우리가 사는 시간들은 더 아늑하고 따스해질텐데. 가슴 속이 뭔가 몽실몽실한 것이 즐거운 것도 같고 안타까운 것도 같은, 아주 복잡한 마음이다.
미와코를 잃고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 구레바야시씨도 노조미와 히로키, 다른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 간다. 미래를 생각한다. 3권에서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등장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 때는 꼭 잊지 말고 크루아상을 준비해야겠다. 히로키가 블랑제가 되어 제일 먼저 레시피를 익힌 크루아상. 언젠가 나도 빵을 만드는 블랑제가 되고 싶다. 꼭 빵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통해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우산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