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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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올해는 다양한 고전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꼭 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내려져버린 [안나 카레니나]도 그렇고, 얼마 있으면 개봉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원작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죠. (영화 <도리언 그레이>의 분위기, 맘에 들어요!!)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올해는 고전의 해로 만들어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이게 웬걸요. 고전문학은 커녕 제가 좋아하는 추리와 스릴러도 변변히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자연 저의 관심은 고전보다는 다시 원래의 독서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된 건, 지금의 저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정말 엄청난 과업을 이룬 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헹. 사실 원작을 찾게 된 이유는 작품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라기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꼭 책을 먼저 읽는다-는 고집 아닌 고집이 있어서요. 그런데 영화도 어느 새 상영하는 곳이 보이지 않더군요.

 

제이 개츠비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1920년대의 미국사회를 묘사한 작품이에요. 그 위에 인간 내면의 질투와 시기심, 어리석음, 한 때에 지나지 않는 광영 등을 보여주고 있죠. 닉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사실 개츠비의 내면을 그리 잘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랑했던 여인 데이지를 잊지 못해 그녀를 위해 성공하려 노력하고, 그녀의 집이 바라다보이는 위치에 집을 얻어 혹시라도 그녀가 찾아올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시끌벅적한 파티를 매주 여는 개츠비가, 저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데이지의 남편 톰이 어떻든 그녀는 현실의 삶을 살고 있는 반면, 개츠비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사랑에 얽매여서 데이지가 개츠비와 헤어졌던 5년 간의 시간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고 하죠. 그런 과정 속에서 톰이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데이지가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이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어떤 방법을 썼든 지금 충분히 성공한 개츠비는 위대하다기보다 답답하면서도 안타깝고 약간은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작품이 중후반부를 향해가는 동안까지도 큰 인상을 받지 못했던 저는 개츠비가 죽음을 맞은 후에 벌어지는 일들과 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에 찌릿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생전에는 현관문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인물들이 정작 그가 죽음을 맞은 후 장례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장면들에서, 어쩌면 그것이 환락과 약간의 타락함을 추구했던 1920년대의 미국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바람을 피웠으면서도 아내의 옛연인이 나타난 것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톰도 그 때의 남성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을지.

 

사실 저는 이 작품이 어째서 대단한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제 입장에서 볼 때 데이지는 개츠비가 평생을 바칠만한 여성도 아닌 듯 하고 뭔가 큰 감동을 줄만한 가슴절절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거든요. 예전부터 이런 느낌을 갖게 한 고전들이 있어서 늘 고전을 읽을 때 망설이기는 했는데요, 역시 고전은 알쏭달쏭합니다. 제가 읽은 것은 김석희님이 번역한 작품인데,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나온 판본도 읽어보고 비교해보면 전달되는 감정이나 묘사도 차이가 있을 듯 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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