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집사를 믿지 마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유쾌한 작품 한 편 만났습니다. [네 가족을 믿지 마라]를 시작으로 <~믿지 마라> 시리즈를 펴낸 리저 러츠의 신작이에요. 이 [네 가족을 믿지 마라]와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택배가 왔을 때 미리 뜯어 본 동생이 제목을 오해하고는 '제발 이런 거?) 읽지 말라'며 험악한 눈초리로 저를 쳐다봤었더랬죠. 사실 이 작품도 다른 많은 책들과 함께 책장에만 꽂혀있는 터라 그 장르를 감히 짐작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인 줄 알았으면 진작 읽을 걸 그랬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작품성이 엄청 뛰어나다거나 문장이 무지 아름답다거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누누히 밝힌 저만의 독서의 목적은 재미. 재미 면에서는 저는 확실히 만족했어요.

 

주인공은 원래도 그러했는지는 모르는 이자벨 스펠만입니다. 서술되는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학창시절 엄청난 사고뭉치에 지금도 자신의 앞가림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보이는 32세 아가씨에요.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탐정사무소에서 가족사업을 돕고 있고 언젠가 가업을 물려받을 당찬 각오 정도는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자벨 주위에 사건사고는 왜 이리도 많은지요. 오랜 세월 스펠만 사의 고객인 윈슬로씨의 부탁으로 그의 고용인들 중에 있을 지도 모르는 불량분자를 색출하기 위해 친구 렌에게 집사 역할을 떠맡겨야 하고, 예전에 고백했던 형사 헨리 스톤과의 미묘한 관계하며, 아일랜드 억양을 사용하지만 술을 무한정 리필해주는 전 남자친구가 될 코너에, 엄마는 자꾸만 변호사와 선을 보라며 난리, 여동생 레이는 부당하게 감옥에 갇힌 레비를 위해 이자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나마 정상인이라고 생각한 오빠 데이비드와 그의 여자친구 매기의 관계까지 염탐해야 하는, 그런 일상인 것입니다, 네.

 

매우매우 산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크흣. 책을 읽다가도 대체 이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하려고 이러나-하는, 걱정 아닌 걱정까지 해줘야 할 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두 세가지는 하나로 모아지고, 또 한 두가지는 한 줄기를 이루며 대체적으로 무난한 결말을 맺으니 이것이 또 신통방통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국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절대 현실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만든 시트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절대 싫지 않은 거에요. 우린 너무 진지하게 살아가는 인생들이니까요. 가끔은 이렇게 엉뚱하고 유쾌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비록 실현시키기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실제로 이런 가족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하는 망상 한 번 꾸면서 즐거워하면 그 뿐!!

 

엄마로부터 자꾸만 선을 보라는 강압 아닌 강압을 받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결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서양문화에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또 열 세살이나 연상인 헨리 스톤과의 미묘한 감정들에 괜힌 두근거리고, 진짜 내 동생이라면 몇 대 쥐어팰 정도의 말썽꾸러기지만 소설이니까 귀여워보이는 레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문장들이 길지도 않고 톡톡 끊어지는 맛이 의외로 읽는 재미가 읽는 작품이었어요. 재치있는 대사와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오랜만에 순수하게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 한 가지 칭찬하자면요, 굉장히 친절한 작품이라는 점. 앞에 나온 시리즈를 읽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이자벨이 간단히 가족소개와 그 외 알 필요가 있는 부분은 착실하게 설명을 해주거든요. 뭐 먼저 나온 시리즈를 읽고 읽으셔도 괜찮지만, -나는 최신간이 좋다!-하는 분들은 요 책 먼저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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