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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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웅!! 2012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밤입니다. 한 2년 전부터는 새해가 되어도 -어제처럼 열심히 살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라 그다지 새해 기분이 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에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 올해는 이상하게 마음이 몽실몽실 해요. 그런 마음과는 달리 저는 그저 평범하게 오늘을 보냈어요. 원래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치과 진료 다녀오고, 어무니랑 시장 가서 장 봐오고, 낮자도 자고요. 아, 히가시노 게이고의 [패러독스 13]도 읽었네요. 올해의 마지막 리뷰를 이 작품이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재미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에요. 주변 분들의 평이 괜찮은 듯 하여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저는 읽는 내내 느무느무 지루했습니다. -아니, 이게 정말 히가시노 아저씨의 작품이란 말야?-하면서요. 문장이 어려운 편은 아니라서 570 페이지의 분량을 읽어내는 데 무리는 없었지만, 으아, 저 중간에 이 책 던져버릴 뻔 했어요. 소재는 참신합니다. 블랙홀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파가 지구를 덮치고 그 결과 시공간의 뒤틀림에 의해 13초 간의 시간 공백, 즉 p-13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그 사이에는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되고 죽은 사람이 생겨서도 안 됩니다. 조그만 차이로도 역사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정부는 혼란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주 기관에 단순히 3월 13일 1분 13초부터 약 20분 동안은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하지만. 그 시각 곳곳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해요. 경찰인 세이야와 후부키는 범인을 쫓다가 총에 맞았고, 정신을 차린 후부키가 마주한 세상은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린 도쿄입니다. 화재와 지진이 발생하고 세찬 비로 인해 도심에서 쓰나미를 마주하게 된 세상 속에서 후부키는 형 세이야, 노부부, 여고생, 소녀와 그 어머니, 갓난 아기, 간호사, 취업 준비생, 회사원, 야쿠자 등을 만나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해요. 그 와중에 세이야는 p-13 현상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진 사람들은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합니다.

 

소재 면에서는 굉장히 귀가 솔깃할만한 작품이었어요. 가뜩이나 2012년, 종말론이 대두되던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니 많은 독자들의 기대를 받았을 겁니다. 문제는 제가 이 작품을 통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에요. 좋은 이야기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의 세상이 무너진 후 생기는 갈등,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버려서는 안 될 가치들에 대해 느끼게 하기 보다는 설명해서 이해시키려 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느껴야 할 것을 글로 읽다보니 감동은 반감되고, 설명이 길어지다보니 분량은 많아져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등장인물들이 너무 판에 박혀 있다고 할까요. 마치 아주 오래 된 일본 재난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작가는 -세상이 바뀌면 선악도 바뀐다. 살인이 선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그러한 이야기다-라고 밝혔지만, 이 작품이 그런 심오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저의 머리에는 단순한 생존에 관한 이야기, 억지로 짜맞추려는 듯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어쨌든 2012년이 이렇게 지나가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습니다. 올 1월부터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그리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무사히, 건강하게 1년을 보낸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2012년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올린 리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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