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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평점 :
[명작 스캔들]이라는 이름의 책을 두 권 읽은 후 새롭게 접하는 또 다른 [명작 스캔들]입니다. 출판사에서도 타 출판사의 앞선 두 권을 의식했는지 제목 앞에 'KBS' 표시를 붙여 놓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우연히 일찍(?) 일어나게 되면 가끔 시청하곤 했던 프로인데 입담 넘치는 조영남님과 김정운 교수 덕분이었는지 꽤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는데 전 이 두 분, 얼굴만 봐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더라고요. 김정운 교수님은 모 방송국의 강의 프로를 통해 그 입담과 재치를 알게 되었고 얼마 전 [남자의 자격]이라는 책도 쓰셔서 꽤 유명해지신 듯 합니다. 제 동생도 그 책, 좋아하던걸요. 아직 저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사실 다른 예술이나 미술 서적들처럼 서술형식이 아니라 대화 형식으로 풀어나가주길 바랐습니다. 방송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이 책 역시 다른 서적들처럼 서술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처음 작품들을 소개할 때마다 조영남님과 김정운 교수님의 그에 대한 대화가 약간 소개되어 있다는 것, 글을 쓰신 분의 능력이 탁월한 덕분인지 읽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는 겁니다. 간혹 미술서적들을 읽다보면 번역 자체가 어려워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은 번역본도 아니고, 문장 자체가 쉽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혀졌어요. 재미를 위해 읽는 책도 물론 그렇지만 뭔가 지식을 얻고 싶어서 읽을 때의 문장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총 20편의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그림 뿐만 아니라 사진, 음악, 건축물 등도 포함되어 있어요. 폭넓은 분야를 소개해준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익숙했던 것들을 재조명해준다는 것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이 음악이 탄생하게 된 계기부터 제목인 '지난날'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 원래는 '스크램블드 에그'였던 이 곡이 멤버들에게 비웃음을 사다가 완성된 비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로 '명품'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주죠. 또한 서양의 작품들 뿐만 아니라 우리 것, 조선 중기 화가 김명국의 <설중귀려도>나 신윤복의 <월하정인>,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도 실려 있어 반갑고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답니다.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풍성한 책이에요. 그림이나 사진도 풍부하고 설명도 유익하고, 무엇보다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두고두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정운 교수님, 안식년이라 지금 유학 중이라고 하시던데 어서 돌아오셔서 다시 <명작 스캔들> 진행해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