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 아멘 아멘 - 지구가 혼자 돌던 날들의 기억
애비 셰어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때만 해도 학교 수업이 오전반, 오후반 나뉘어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 날은 오후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저보다 엄마가 먼저 외출하시면서 문을 잘 잠그고 나가라고 당부하셨죠. 문을 잠궜는지, 아니면 그냥 열어놓고 갔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저에게 문을 잘 잠그고 가라고 했더니 오히려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갔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게 혼나지는 않았어요. 엄마도 어이가 없으셨는지 그냥 그렇게 말씀하시고 앞으로는 문단속 잘 하라고만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제게는 무척 충격이었던가 봅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문단속에 무척 신경쓰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병원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저는 제 스스로 강박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분명히 열쇠로 문을 잠그는 순간을 똑똑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이 정말로 제대로 잠겨있는지 몇 번씩 확인하곤 했거든요. 특히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제가 마지막으로 나갈 때는, 현관문이 떼어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몇 번씩 잡아당겨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나마 지금은 도어록으로 바뀐 덕분에 나아지기는 했습니다만. 게다가 저는 제가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과도(?)해서 혹시라도 그 물건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날은 아무것도 못하곤 했어요. 그것도 조금 나이를 먹고, 몇 번 물건을 잃어버리고 하다보니 조금 극뽁이 되기는 했습니다.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거든요. 기억에도 남아있고요. 그런데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확인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거에요. 제 안에 어떤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는 거죠. 몇 번 확인하면 괜찮아, 그 수만큼 확인하면 괜찮을거야-라는 기준. 사실 [아멘 아멘 아멘]을 읽으면서 무척 불편했어요. 애비는 자신 안에 기준을 마련해서 쓰레기를 줍고, 몇 십번씩 기도를 하고, 운전을 하면서는 누구를 치어죽이지는 않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며, 끝내는 자해까지 감행하죠. 그 시간들이 주위 사람에게는 걱정이고 두려움이겠지만 본인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와 공포였을 지 조금은 이해하니까요. 자신 안의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들로 분명 피곤했을 거에요.

 

그녀의 강박증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높았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은 있고 그 기준을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애쓰니까요. 결코 밝을 수만은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용기있게 써낸 그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녀가 겪은 강박장애는 결코 부끄럽지도, 이상한 눈으로 판단될 일도 아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요. 누구나 겪는 우울증이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이고, 아직도 우울증에 헉!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는 현실은 아쉽습니다. 학교만 해도 한 반에 우울증을 앓는 아이들,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적게는 두 세명, 많게는 열명 가까이 있거든요. 분명 그녀의 책이 용기있게 세상으로 걸어나오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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