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나에게 건넨 말이 생각난다. 그 사람은 내가 들고 있던 책을 힐끔 보더니 -너 그런 책도 읽냐?-라고 힐난하는 듯 이야기했다. '사랑'이라는 글자만 보고 그 사람은 내가 가벼운 연애소설을 읽는다고 지레 짐작한 모양이었다. 이 작품은 결코 '가벼운' 연애소설이 아님에도, 나는 그 때 책의 초반을 읽고 있던 중이라 그 힐난 비슷한 한 마디에 괜히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후로 어째서 가벼운 연애소설은 읽으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높은 곳에 두는 가치는 사랑이라고 하면서 왜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책은 가치있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인가 궁금했다.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는 연애소설을 좋아한다. [해를 품은 달]도 재미있었다. 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연애소설이기에 좋아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연애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

 

옛날에,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접한 이 작품은 내게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기억이 난다. 약10년 전이었던 듯 한데, 자신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나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에서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던 것이니)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인간의 무의식과 의식, 본능과 이성이라는 개념을 알았고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며 순간의 상처가 한 인간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알았다. 그리고 가장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 점은 개인상담, 정신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놓아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몸이 아프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우리 마음이 아플 때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부끄럽다는 생각에 부여잡고 참기만 하면 그것이 더 큰 어둠이 되어 나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두 여자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꿈꾸는 과정이 애틋하다. 이제 그녀들과 비슷한 (그래도 한참 떨어지기는 했으나) 연배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그녀들의 삶이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김형경 작가의 팬이 되었었다. 그 후 그녀의 장편, 단편소설은 거의 찾아 읽었지만, 이 작품만큼 내 가슴을 울렸던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개정되어 출간된 것이 특히 기쁜 이유다. 심리 에세이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등으로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김형경 작가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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