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1
케이트 모튼 지음, 정윤희 옮김 / 지니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소설 [리버튼]으로 잔잔하고 아련한 감동을 주었던 케이트 모튼이 [비밀의 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순간의 오해로 빚어진 잔혹한 운명의 엇갈림으로 책을 읽고 난 후 한동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던 기억이 나요. 때문에 [비밀의 정원]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물 한 살이 되던 생일날 자신에게 얽힌 비밀을 알고 그 때까지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린 넬과, 그녀의 죽음 뒤 손녀인 카산드라가 넬의 인생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며 운명을 향한 새로운 한걸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리버튼]에서도 보여주었던 운명의 비틀림과 안타까움이 녹아들어있기는 하지만 [리버튼]에서 받은 감동보다는 덜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야기의 줄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넬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호주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넬이 태어나기 전 넬의 출생과 관련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들, 넬의 죽음 후 카산드라가 할머니인 넬이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산 비밀을 알아내고 결국 비밀을 밝혀내는 모습들이 시공을 초월해 묘사되어 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무엇이든 하나씩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카산드라를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합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 힘찬 한보를 내딛는 그녀의 현재는, 넬과 넬의 출생에 관련된 모든 인물들의 희망이 투영된 모습,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굳이 두 권으로까지 만들었어야 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세심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려 하는 의지는 전달이 됐지만, 그 점이 오히려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넬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야 책을 좀 읽다보면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비밀 하나로 긴장감 있게 작품을 이끌어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도 했고요. 매력적인 소설임에는 틀림없지만, 스피디함과 강한 자극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잘 맞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저한테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마음 불편한 일들이 계속 있어서 책에 몰입하지 못했을 수도요. 바뜨. 그런 마음도 몰입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으로 재미있는 책 아니겠습니까. 어째 이리저리 널뛰는 감상이 되고 말았지만 저의 마음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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