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고치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주홍색 연구]로 급관심을 가지게 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 시리즈> 입니다. 솔직히 내용도 궁금하긴 했지만 저의 주된 관심사는 작가 아리스와 탐정 히무라 콤비의 알콩달콩 애정(?)행각이었답니다. 두 사람에게 애인이 생기는 것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이 콤비들, 정말 사랑스러워요. 과거의 무슨 일로 인해 상처를 갖게 된 듯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범죄 수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히무라와, 그런 그의 곁에서 개인적인 사정을 캐묻지 않고 묵묵히, 때로는 구박을 당하며 히무라의 뒤를 서포트해 주는 아리스는 이상적인 친구 관계이자 이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에헹.

 

[주홍색 연구]리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아리스 시리즈>의 차근차근 행보가 마음에 듭니다. 저는 작품 안에서 사용된 트릭이나 사건의 경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작가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런 점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저의 워너비 작가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두께임에도 가독성이 있어 슉슉 읽히는 데다 문장 하나하나가 저를 흡입하는 것 같은 느낌은, 캬! 이것이야말로 책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무아지경, 누구나가 추구하는 독서의 시간 아니겠습니까. 작가가 문장을 유려하게 쓴 것인지, 옮긴이가 적절하게 번역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오홋.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신봉자이자 연매출 100억 엔대의 주얼리 브랜드 사장 도조 슈이치입니다. 그는 살바도르 달리를 너무나도 추앙한 나머지 달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이한 수염마저 따라하는 사람이었는데요, 고치로 표현되는 프로트 캡슐 안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게다가 그의 수염은 잘려나간 상태. 언뜻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탐색한 결과 누군가가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보였던 도조 슈이치의 숨겨진 가족사와 그의 사랑이 사건 속에서 어떻게 밝혀지는 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흥미진진, 두근두근해져요.

 

이 작품은 책 표지 뒷면에 쓰인 것처럼 연애소설로도 추리소설로도 손색이 없는 데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안타깝게도 슬프게도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면 무섭게 느껴질만한 사건이지만, 인물의 심리가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해요. 사랑이란, 참 아름다우면서도 지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랄까요. 여기에 하나의 수확이 있었다면,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 속에 그의 작품 제목이 등장하기도 하여 궁금증에 찾아보기도 했는데, 저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세계였지만, 그 수염 하나만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접할수록 사랑스러워지고 흥미로워지는 아리스와 히무라 콤비입니다. 히무라가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언제였는지, 그 때의 일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벌써부터 조바심이 생겨요. 혹시 이미 출간되었는데 제가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이 글을 읽어주신 어떤 분, 부디 은총을 베풀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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