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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1 - 관 속에서 만난 연인
앤 포티어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 가문의 관계로 인해 맺어지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의 대명사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합니다. 레오나르도 화이팅과 올리비아 핫세로 기억되는 고전영화에서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오랜 시간, 저의 로망이었습니닷!!) 클레어 데인즈로 기억되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뮤지컬까지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이 비극에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나 가슴 속에 한 번쯤은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담겨있기 때문일까요. 게다가 멋쟁이 셰익스피어 아저씨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입술을 빌어 읊어대는 그 매혹적이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들에는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홀랑 빼앗아버리는 마력이 숨어있음이 분명합니다.
앤 포티어의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극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1340년부터 600 여년이 지난 현대에 줄리엣과 로미오의 이름과 핏줄을 물려받은 젊은이들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책 표지에는 -셰익스피어가 감추었던 광기의 줄리엣-이라는 말도 있고, 주인공 줄리에타가 기록을 통해 만나게 되는 줄리엣의 첫인상이 '잔인하다'는 느낌을 주어, '뭬야! 설마 줄리엣이 광녀였던 것이야!'하며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 줄리엣은 이상한 여인으로 등장하지 않으니, 혹시나 저와 같은 이상한 상상 속에 책을 펼쳐드는 분이시라면 안심하셔도 될 듯 하옵니다. 설사 작가가 줄리엣을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무서운 여인으로 묘사했다 해도, 그 광기가 사랑의 비극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을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스릴러적 요소도 분명히 들어있지만, 이 작품에서 그런 요소들은 스릴러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시에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분명 할리우드 색채가 짙은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까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찾아간 이탈리아에서 그 때까지는 생전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이라면 그 로맨틱함에 홀딱 빠져버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많이 접해본 듯한 장면임에도 저도 모르게 '으헉!'하며 감동을 받고 말았거든요. 그야말로 작품 속 줄리에타가 '나'가 되는 것이죠. (하필 시점도 1인칭 시점이니.) 그러니 이 작품이 남성 독자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그 로맨틱함에 반하기는 했으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이성을 되찾고 분석해보면, 식상한 점이 있기도 하고,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던 줄리에타와 제니스가 갑자기 2권에서는 서로 없으면 못사는 사이가 되는 것도 개연성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그들의 이야기와 챕터마다 소개되어 있는 연극적인 대사들, 2권 뒤에 실린 시에나의 역사 등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내 입술에서 옮겨간 죄란 말이오? 오, 달콤한 꾸짖음이오. 내 죄를 다시 돌려주시오.-같은 고전적인 대사들은 곱씹을수록 자꾸만 빠져들게 되니, 이런 기회를 또 어디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크하하. 이탈리아, 특히 시에나로 강렬히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