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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평점 :
기요미 작가의 유명한 작품들은 전부 책장에 꽂아놓고 읽지 않은 지 어언 몇 년. 책장 어디쯤에 꽂혀 있는 지도 가물가물하던 차에 따스해보이는 표지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책의 내용을 놓고 생각해봤을 때 그리 좋은 표지는 아닌 것 같아요. 표지 자체로는 좋은데,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할까요. 전작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기요미 작가의 스타일이 어떤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팽팽한 긴장감과 숨 쉴 틈 없는 스피드는 맞는데 예측불허의 결말도 아닌 것 같구요. 에헹. 이상하게 오늘 리뷰는 자꾸 딴지가 걸고 싶어지는군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칭찬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일까나요.
재미있게는 읽었습니다. 뒤바뀐 핸드폰으로 인해 사랑에 빠지고 사건까지 해결하게 되는 로맨틱함. 캬~좋지 않습니까! 로맨틱 코메디의 단골 소재처럼 조금 식상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도 막힘이 없고 읽는 동안은 즐거웠어요. 저는 제 핸드폰조차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니어서일까요;;) 집에 돌아오면 그냥 팽개쳐두고 생각이 나면 확인하기 때문에 메세지를 늦게 전달받을 때도 있어요. 아마 저는 누군가와 핸드폰이 뒤바뀌고 그 핸드폰이 며칠 동안 제 손안에 있다 해도 전원을 끈 뒤 서랍 속에 넣어두었을 겁니다. 소소한 호기심으로 버튼을 눌러보더라도 요즘 시대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기 마련이므로 금방 포기하고 잊어버렸을 거에요.
그런 저의 상식으로 이 남녀 주인공을 이해하기란 어려웠습니다. 이 둘은 마치 편집증 환자 같았거든요. 특히 남자 주인공 조나단이요. 뒤바뀐 핸드폰으로 인해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매들린(여자 주인공입니다)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부터 조사하고,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비밀번호를 풀어서는 그녀의 정보를 샅샅이 조사한 뒤에 숨겨진 파일까지 보기 위해 끙끙거리는 모습은, 맙소사! 무서웠어요. 만약 여러분 주위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조나단은 아름다운 사랑이 예고된 주인공이니까 괜찮다고 해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우리의 핸드폰을 조사한다고 하면 오싹하지 않을까요. 그것을 조나단은 운명, 즉 '천사의 부름'이라 하더이다. 현실과는 꽤 차이가 있죠.
게다가 이 작품에는 우연이 난무합니다. 뒤바뀐 핸드폰의 주인이 매들린과 조나단, 하필 이 둘, 어떤 소녀와 관계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을 너도 안다, 네가 아는 사람을 나도 안다-하는 우연은 요즘같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우연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필 그 장소에서 그 사람이 뭘 산다거나, 어떤 사람을 발견한다거나 하는. 저는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의 우연은 감수한다고 해도 지나친 우연은 오히려 현실과 이야기를 동떨어트려 작품에 완전히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고 생각해요. 깊이가 부족하다고 할까.
장면장면이 예측 가능하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요, 읽는 동안 재미는 있었어요. 그래서 별 네 개 드렸어요. 그런데 기요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이런 식이라면 어느 순간 곧 질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