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카세론
캐서린 피셔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영화 <큐브> 시리즈의 처음을 보면서, 저는 그게 감옥의 하나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중죄를 지은 죄수들만 수감시켜 놓은 감옥이요. 그래서 처음에 깨어난 방에서 벗어나려하거나 감옥 자체를 벗어나려 해도 목숨을 잃고,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만 머물러도 물러설 자리가 없는 장소를 만들어놓은 거라구요. 그들이 죽음을 맞는 방법들이 하나같이 잔혹하고 무서워서 정작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소재 하나만은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이 바깥에서 이토록 자유롭게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감사하면서요.

 

캐서린 피셔의 [인카세론]은 미래사회의 감옥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어 마침내 감옥 안을 장악하게 된 감옥. 아주 오랜 옛날에 만들어져 이제는 존재하는 장소조차 모르게 된 그 곳에 정체불명의 소년 핀이 3년 전부터 생활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의지삼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는 모험을 감행하죠. 감옥 밖에서는 교도소장의 딸인 클로디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맞서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미약하게나마 싸우고 있습니다. 그 둘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인카세론. 암투와 모략으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운명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고, 그들에게는 이제 선택의 순간만이 남아있습니다.

 

소재면에서나 재미면에서나 전반적으로 괜찮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감옥 속에서 핀은 어떻게 될지, 감옥 밖에서 클로디아는 어떻게 될지, 그들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진진합니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격인 인카세론에 대한 설정도 꽤 독특해요. 처음에는 완벽한 사회로서 만들어진 감옥이지만 어느 순간 인간들이 통제할 수 없게 되고 제멋대로 움직이게 된 인카세론, 생명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말살시키기도 하는 인카세론은 정말 감옥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졌습니다. 핀과 클로디아를 제외한 인물설정도 궁금증을 자아내며 긴장감을 증폭시켰는데요, 저는 정작 남자주인공인 핀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케이로에게 눈길이 더 갑니다. 핀보다는 케이로의 캐릭터가 한층 더 입체적이에요. 기억이 없는 핀이라 그 존재도 투명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런데 이 [인카세론]이 시리즈인지, 아니면 단권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네요. 책날개의 작가 소개글에는 시리즈라고 나와있지만 맨 마지막 장에는 '끝'이라고 나와있거든요. 만약 이것이 단권이라면 용두사미격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직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많고, 모든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으며, 핀과 클로디아가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배제한 채 작품을 끝냈다면 이 작가, 용서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별, 안 드리렵니다. 하지만 아마도, 시리즈겠죠?! [인카세론]의 스타트를 끊은 이 책을 뛰어넘는 이야기들로 다시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기다려보고 싶어요.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전체적인 별점은 이 책 이후의 이야기들로 결정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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