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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토요일 오전, 제가 즐겨보는 프로는 이동진님과 팝칼럼니스트 김태훈님이 등장하는 '영화는 수다다' 입니다. 꿀맛같은 늦잠 속에서 느긋하게 떠돌다가도, 이 시간만 되면 눈을 번쩍 뜨곤 합니다.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 속 코너 중 하나로, 저는 이 '영화는 수다다'에서 이동진님의 영화에 대한 별점을 꽤 신뢰하는 편이에요. 별점이 적으면 꼭 그만큼밖에 느낄 수가 없었고, 별점이 많으면 그런대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맞는 별점이었거나 아니면 제가 그의 별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겠죠. 때문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상당히 컸습니다. 그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 영화를 접하는만큼 독서량도 굉장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오오. 그런데 제 기대가 너무 컸든, 혹은 저랑 책이 잘 맞지 않았든, 아니면 정말로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뒷페이지로 넘어갈수록 저는 점점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밤은 책이다] 에는 그동안 그가 읽었던 70편이 넘는 도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총 330여 페이지, 330여 페이지를 70(70보다는 많은 도서이지만)으로 나누어보면, 한 권당 평균 4.7 페이지가 할애되는 편입니다. 많으면 두 장, 적게는 1.5페이지 정도입니다. 이 책에는 그가 책을 읽으면서 감명깊게, 혹은 일상적으로 읽었던 장면들이 인용되어 있고 뒤에는 그의 감상이 뒤따릅니다. 불쑥불쑥 공감할 수 있는 문구가 나타나거나 새로운 단어에 대해 알 수 있었지만, 저는 마치 단순히 나열되어 있을 뿐인 도서목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읽은 책보다는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그가 제시한 인용글의 앞뒤를 파악할 수가 없어서 그리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지도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그가 자신이 읽은 책을 독자들과 더 깊게, 더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면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충분히 제공했어야 한다고요. 소개된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책을 소개하더라도 독자를 깊게 끌어들일만한 요소를 제공했어야 한다고요. 저는 [밤은 책이다]에서 독자와의 소통을 원하는 저자가 아니라, -나는 이런 책도 읽었고, 저런 책도 읽었어.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했지-를 내세우는 그저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났을 뿐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