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고양이들의 앙증맞고 놀라운 사진으로 만족감을 채워주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책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변에 깔려있는 감정은 분명 '슬픔'과 '안타까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저자가 이번 책을 통해 분명히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바로 제목 그 자체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비단 도시뿐만은 아닌 듯 해요.(도시는 어떤 동물에 대해서든 관대함이 부족한 곳이긴 하겠지만요) 저자가 생활하는 시골에서도 시골 사람들의 '풍성한' 인심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듯, 그 어떤 연민 없이 음식에 쥐약을 섞어 내놓고 그 음식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고양이들을 또 아무렇지 않게 내버리는 모습이 비일비재한 듯 합니다. 거기에 어린 아이들의 돌팔매질과 같은 짓궂은 장난, 혹독하고 잔인한 겨울까지 합세하면 우리의 고양이들이 마음 놓고 생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죠.

 

 

제가 저자의 메세지를 제대로 간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책에서는 유난히 고양이들의 고달픈 생활이 눈에 들어옵니다. [명랑하라 고양이] 에서부터 쭉 인연을 같이 해 온 달타냥은, 고양이 좀 묶어놓으라는 이웃들의 성화를 못이긴 주인할머니가 목줄을 매어놓는 바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역시 [명랑하라 고양이]에서 벗을 잃고 홀로 외로움을 달래던 덩달이도 가을에 철장에 갇혀 여름 장마철이 되어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까지고 상처받은 덩달이의 모습에 제 마음이 온통 생채기가 난 기분이었어요. 그럼에도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느냐고, 저자는 한숨 섞어 이야기합니다. 개울집에 살던 여울이의 아기고양이 중 세 마리는 주인이 텃밭에 쥐약을 놓는 바람에 고양이별로 떠나기도 했어요.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가 싫다면 그냥 피해버리면 될텐데, 시골에서는 농작과 관련이 있어 그냥 놓아두기도 쉬운 일은 아닌 듯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생명을 해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모습에 오싹,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루만, 딱 하루만 고양이들의 생활모습을 살피다보면 어쩌면 그 분들의 마음도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저의 헛된 희망인 걸까요. 형제들과 함께 햇빛을 받으며 해바라기를 하고, 식빵을 구우며 눈을 꼭 감고 있는 털북숭이 생명체들. 혹독하고 추운 겨울이지만 눈밭에서 구르며 발라당을 하고, 마치 사람처럼 위험에 처한 다른 냥이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들을 본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지구별의 경이를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텐데요. 사람들의 인정없는 처사에도 불구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장난을 치고 있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인간으로 산다는 것과 동물로 산다는 것의 차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저자는 -차라리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훨씬 속 편한 여행가로 살았으리라. 그러나 알고는 차마 '이곳'을 떠나지 못하겠다-라고 합니다. 그의 애정으로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이 세상빛을 볼 수 있었던 거겠죠. 집에서 한 마리씩 길고양이들을 책임지라는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굳이 먹이를 때 되면 챙겨주라는 이야기도 아닐 겁니다. 저도 고양이들을 사진으로 보는 건 매우 좋아하지만, 길가에서 앙칼지게 우는 고양이들은 무서워하거든요. 하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웃을 위한 안내서라는 그의 인사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하나의 생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측은한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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