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쯤되면 저의 독서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볼 일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들이 줄줄줄, 저에게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기 때문이죠. 한 권이라면 그럴 수 있지, 두 권이라면 두 권 정도야, 이렇게 넘길텐데 [사라진 소녀들] 을 읽고 나서는 뭐랄까, 책읽기 자체가 시들해진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독서는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같은 책에 대한 평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요, 요즘은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이, 좋지 않아, 좋지 않아요! 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받는 데다가, 수개월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작품이라 해서, 또 저번 달에 같은 국적의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을 무척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작품은 또 어떤 매력을 발산해주실까 기대했었거든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영미 스릴러가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로 스릴과 공포를 형성해주는 데 반해, 유럽 스릴러는 그런 묘사 없이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었습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작품은 그런 평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사관과 인질범의 심리를 절묘하게 그려냈거든요.

 

하지만.

 

[사라진 소녀들] 은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보다 훨씬 더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눈 먼 소녀들을 납치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 할까요. 마치 작은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크게 임팩트를 주는 부분이 없다 할까요. 이 소설을 특이하게도 중간에 범인의 정체를 독자에게 공개합니다. 간혹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 중에 범인을 미리 공개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형식을 띄는 작품이 있는데요, 저는 그 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자로부터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 즐거움(?)을 앗아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아우, 이 책은 범인을 공개한 후로 어째 더 지루해지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이 소설이 수사관과 범인의 대립이 아니라 납치한 눈 먼 소녀의 청각과 범인의 싸움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청각으로 대변되는 공포를 극대화 시키고 싶어한 듯 보이지만 부족했다고 할까요.

 

저희 집에서 보는 신문에도 이 책이 소개되어 있고 작가와의 인터뷰도 실려있길래 '오오, 엄청 재미있는 작품인갑다' 기대했었는데, 어째 저랑은 잘 맞지 않는 듯 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심리묘사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는데, 그렇다면 번역의 문제인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나만 더요. 왜 꼭 사랑에 빠지는 커플들이 등장해야 하는 겁니까, 왜!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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