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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를 위한 아르바이트 탐정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3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신주쿠 상어] 의 바로 그 작가로군요. [신주쿠 상어]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으로 인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는 물론 독자가 선정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엄청 유명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나 봅니다. 하드보일드 형사물이라는 [신주쿠 상어] 와는 달리, [왕녀를 위한 아르바이트 탐정] 은 심각한 요소는 전부 배제된, 심심풀이로 가볍게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이에요. 고등학생인 탐정을 내세워 역시 같은 일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라일 왕국의 왕녀를 지킨다는, 거기에 핑크빛 하이틴 로맨스까지 곁들여진 작품입니다.
주이공 사이키 류의 아버지가 엄청난 이력을 자랑하는 탐정이라는 점, 도쿄대 입학을 위해 왕녀의 보디가드를 접수한다는 점, 부자 간의 다소 이색적인 대화들로 군데군데 코믹한 요소는 들어 있지만, 다른 탐정물과 비교한다면 약간은 심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런 류의 하이틴 로맨스가 들어간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왕녀를 위한' 이라는 제목에서 그런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탐정물이니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소 기대 이하였던 듯 합니다. 음..어쩌면 이 작품은 세대를 아우르는 책이 아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처럼 인생의 오묘한 맛과 운명의 미묘함 등에 눈떠가는 나이가 아닌, 천방지축 모험심에 들뜨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일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열혈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더 어울릴 듯한 책입니다. 취향과 나이를 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얼마 전까지 여름이라 이러저러 출간되는 탐정물과 미스터리 소설 등을 꽤 읽었더니 이제는 좀 질린 탓도 있고요. 자기를 지켜주는 고등학생 류에게 홀딱 반해버리는 왕녀에게 공감하기에는 저의 감성이 무뎌진 탓도 있는 듯해 서글프기도 합니다. 저도 옛날에는(?)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갑자기 작가들도 참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 워낙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가 아니라면, 혹은 미스터리여도 뭔가 생각하게 만들만한 요소가 없다면, 자극에 무뎌진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이런 소재야? 같은 소재지만 전개는 좀 다를까? 역시 예상대로였어-라는 수순을 밟지는 않아야 할텐데요.
제 한몸 간수하기도 힘든데 미스터리 작가들 걱정하기에는 주제넘다는 생각도 들고요, 역시 저는 독자의 입장이라 냉정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네요. 저에게는 그럭저럭. 이제는 미스터리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