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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고함 -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KBS 국권 침탈 100년 특별기획 '한국과 일본' 제작팀 지음 / 시루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늘 조용한 적이 없죠. 잠잠하다 싶으면 들고 나오는 역사교과서에, 떼쓰는 아이들처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독도에, 동해 표기까지. 하지만 '잠잠하다'라고 느끼는 것은 이쪽일 뿐, 저쪽은 언제나 그 작업을 계속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영유권 문제를 회부하기 위해 계속 증거를 모은다는 일본에 비해 우리의 활동은 미미한 게 아닐까 불안한 가운데, 미국은 이미 동해가 아닌 일본해에 표를 던졌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뉴욕타임지에 독도와 동해의 올바른 소유권과 표기에 관한 광고를 낸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정치적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때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당연, 이 책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어요. K본부에서 국권침탈 100년 특별기획으로 제작한 5부작 다큐멘터리는 보지 못했지만 제목과 보도자료를 통해 뭔가 우리의 의지를 표명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 등을 제시할 것 같기도 했거든요. 한국과 일본의 2000년 관계를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이라는 5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한일 관계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제 의견으로는 제목과 책의 내용도 맞지 않을 뿐더러, 현 시점에 그리 어울리는 책은 아닌 듯 합니다.
취향의 차이겠고, 제가 책에 대해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비롯된 오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저 단순한 역사책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그 동안 어떤 관계를 쌓아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역사책. 그런 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척 필요하죠. 예전의 관계 속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일본에 고한다는 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한일관계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내용이기를 바랐어요. 현재 분쟁점이 되고 있는 것들-독도, 동해, 역사교과서-을 다루면서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우리들의 권리, 그 증거등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여타 다른 역사책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이 책에 '일본에 고함'이라는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뭘 고한다는 걸까요? 우리와 너희는 예전에 이런 관계였다, 서로 이런 피해를 입혔다, 너희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해서 오랫동안 괴롭혔다로 끝을 맺는 이 책이 일본에 고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기대와 달라 실망한 저에게 잘못이 가장 크겠죠.
이제는 실제적인 책들이 출간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본서는 이미 풍부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아니 저를 비롯한 어른들조차도 어째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는지, 독도가 우리 땅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어떤 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감정적으로만 '독도는 우리 땅이야! 동해는 일본해가 될 수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대응해나가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제대로, 구체적으로 알기'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