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천여 명의 체스터스밀 마을에 투명 돔이 내려왔습니다. 어떤 예고도, 전조도 없이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어요. 예기치 않은 투명 돔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행 교습을 받던 마을 의장의 아내 클로뎃 샌더스와 척 톰슨, 119번 국도 갓길을 따라 체스터스밀 마을로 향하던 마멋 한 마리,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과 비행중이던 새 떼 등 그 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고, 또 순식간에 증가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을에서는 살인사건마저 일어나서 앞으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예고하죠. 돔 안에 갇힌 마을 사람들. 그 안에서 누군가는 권력을 쥐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누군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며, 또 누군가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추구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심어진 의문은 하나입니다. '누가 돔을 만들었을까'
영미소설의 대마왕 스티븐 킹이지만, 저는 그의 작품을 딱 한 편 읽어봤어요. [듀마 키].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으스스한 공포분위기에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 저의 취향은 아니었답니다. 누군가가 스티븐 킹은 추리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라고 추천해주었지만, 아시잖아요,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런데 [언더 더 돔] 의 대략적인 내용을 듣는 순간, 느낌이 팍! 왔습니다. '아, 이건 엄청 재밌겠구나, 대박이겠구나!' 그래서 아직 완결도 채 되지 않은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오래오래 아껴 읽고 싶은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명절만 있지 않았다면 3권을 배송받아 함께 읽을 수 있었을텐데, 또 명절이 끝날 때까지 2권을 외롭게 놓아둘 수는 없어서 그야말로 후딱 읽어버렸습니다.
1권은 돔이 내려온 후 상황을 파악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주요 인물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돔이 내려왔을 때,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바비 (데일 바버라는 마을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빅 짐 레니의 아들 주니어와 문제를 일으켰다가 막 마을을 빠져나가는 참이었어요.), 야심에 찬 비열한 인물 빅 짐 레니, 그의 똑같은 아들 주니어 레니, 의로운 보조의 러스티, 마을 신문 편집장 줄리아 등의 성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드러나죠. 등장하는 사람들의 수가 꽤 많고 관계가 복잡해서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다행히 마을 지도와 인물들을 소개한 종이가 들어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권이 맛보기라고 한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갈등이 생기고 의견이 대립하며 긴장이 고조됩니다. 마을에 일어난 재난을 수단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어떤 방법도 서슴치 않는 빅 짐 레니의 악행과 그를 저지하기 위한 바비와 줄리아의 고난이 들어있어요. 그들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그 동안 일어났던 소소한(?) 일들의 결과와 바비에게 닥친 위기, 핼러윈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조짐이 긴장을 한층 높여주죠. 3권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2권이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자칫 심각한 분위로 빠질 수 있는 작품에 군데군데 유머가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돔이 내려온 날, 사람이 아닌 마멋 한 마리는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어요. 죽음의 순간, 마멋이 느낀 사태와 그의 생각은 생각지 못한 순간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죠. 그런 장면이 중간중간 있는데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연 돔은 누가 내려보낸 걸까요? 외계인? 그것도 아니면 정부에서 하던 실험의 실패로 빚어진 결과일까요? 돔 데이 이후 마을에서 벌어진 어린 아이들의 발작은 어떻게 된 것인지, 과연 핼러윈에 무슨 벌어질 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 명절, 빨리 지나가서 3권이 배송되는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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