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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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실로 따뜻함과 정감이 우러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일찍 일어나는 일요일에는 나도 꼭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동물농장이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가끔 혐오하는 동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동물들이 등장하면 그 앞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나니까. 그런데 그런 [동물농장] 표지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은, 먹을 때 아니면 잘 쳐다보지도 않는 돼지다. 그것도 사랑스러운 아기돼지3형제가 아니라 욕심많고 고집센 돼지의 모습. 게다가 주위 동물들보다 못해도 2배는 되어보일 것 같은 액자를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부터 괜히 밉살스럽다.

이 책의 동물들은, 어린 시절의 우리가 소원했던대로, 말도 하고 생각도 한다. 두 발로 걷는 인간을 몰아내고 '장원농장'에서 '동물농장'이라는 이름 아래 획기적인 변혁을 꾀한 동물들이다. 인간에게 핍박받던 생활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한 생활을 꿈꾸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미래를 다짐하고 있다. 돼지, 개, 말, 당나귀, 닭, 양 등이 모여 행동강령을 정하고 절대로 두 발 달린 인간과는 거래하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으면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 수 있다고 희망한다. 그 안에서, 돼지들이 머리를 든다. 우리는 너희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러니 이 정도의 이익은 봐도 되지 않겠어?,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쟤가 나쁜 거였어, 너희들 설마 인간인 존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등등의 말로 동물들을 세뇌시키고 결국은 또 다른 계급 사회를 만들어내는 돼지들이다.

이 책, 참 친절하다. 편집도 그렇지만 작품 자체의 성향이 그렇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때문에 스스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우리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지만, 설사 그런 주석들이 없었다 해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될 정도로 작품 자체가 친절하다. 평등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꿈꿨던 동물들에게, 돼지들이 옷을 입고 두 발로 걷는 장면 하나로 모든 것은 설명된다. 이것보다 더 무서운 광경은, 동물들에게 없었을 것이므로. 
  

동물사회를 통해 인간들의 삶을 풍자한 우화다. 세계문학이라 불려 다가가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런 어색함을 모두 지워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무엇보다 한 체제 안에서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꿰뚫고 있는 사람의 객관적인 시선이랄까, 그런 날카로움이 느껴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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