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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새해가 되면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이 오히려 소란스럽다. 어제와 오늘이 그리 다를 것 없고 평소 때는 나이조차 잊고 사는데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약간의 팔랑귀를 타고난 나는 또 점점 마음이 이끌려간다. 괜히 센티멘털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난 아직 청춘이야, 이거 왜 이래!'라는 오기도 생겨서 괜히 이 책이 읽고 싶었더랬다. 그리고. 2010년 한 해는 이러저러 마음 다칠 일이 또 많았어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시기에, 난 정말로 아팠더랬다.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스트레스보다 큰 만병의 원인은 없는 듯 하다. 그리도 아프고 저리던 몸이 방학을 맞음과 동시에 점점 괜찮아졌으니까.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파온다는 말을, 난 태어나서 두 번째로 경험했더랬다.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좋고 즐거울 때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에세이들이, 종교가, 마음이 힘들고 몸이 아프니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지친 마음을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로 달랬던 그 때처럼. 그러니 위의 평점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평가라 하겠다. 실제로 읽어보면 나보다는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어린 청춘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그들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성숙한 청춘인 내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다만 어린 청춘들이 100% 청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면, 나는 청자와 화자의 입장을 번갈아가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그는 선생이라 했다. 학생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 주는 사람, 그런 좋은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새해 목표를 정했다. '학생들을 꿈꾸게 만들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고. 유독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말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 것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밖에 모르는 아이들, 학교와 집 안에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떠먹여주던 밥만 열심히 받아먹던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어떤 마음이 들 지 조금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성실했던 아이들일수록,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 기대에 부응했던 아이들일수록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는 가혹하고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말 중 첫 번째로 공감한 것은 '대학에 진학해서 처음 느끼는 어려움은 '목표가 퍼져버리는 것'이다'라는 부분이었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달성된 후 무엇을 할 것인지가 순간 막연해지면서 생겨나는 아픔. 이 아픔을 이미 아이들은 겪고 있다. 수시에 합격하거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와서 하는 말 중 거의 대부분은 '시간은 많은데 생각보다 할 게 없다' 였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믿으라고 말한다. 실수는 자산이니 멋진 실수를 해보고 치밀했던 삶의 계획에 여유를 두고 다소 우연에 기대어 보라고.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하고 초조해 할 스무 살 청춘들에게 이보다 더 위로가 될 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말고 넓게 미래를 바라보라는 뜻의 많은 말들은 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될 것이다.
아무래도 대학 교수이다보니 자신이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것,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생각했던 것들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단순히 아픔을 위로받을만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지점에서 자신의 목표를 재검토해보고 싶은 사람, 새로운 목표를 세웠는데 단순히 '나이'와 '시간'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자신감과 위로를 얻을 수도 있겠다. 내 경우에는 이 이야기들에 직접적인 위로를 받았다기보다, 그의 말과 나의 행동들을 비교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일년을 계획할 수 있었다. 항상 곁에 두고 내 일로 인해 힘들어질 때마다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다.
사람은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익숙해지면 또 괴로워하고 아파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인 것 같다. 나이에 신경쓰지 말자. 속도에도 신경쓰지 말자. 도전과 용기는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필요한 것임을 늘 기억할 수 있기를.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로워도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담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늘 청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