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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으아! 겨울밤 요리 레시피가 가득 실린 책을 읽는 건 고문에 가깝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동안 몸이 많이 지쳐있었는 지 방학에 돌입하자마자 식욕이 왕성하게 살아나버려 늘 입이 심심하고 뱃속이 허전하다. 게다가 이미 맛을 알고 있는 일본요리 레시피를 보고 있으려니 애꿎은 냉장고만 수난시대다. 방학만 되면 결심하게 되는 요리! 언제나 이번 방학 때는 꼭 열심히 음식도 만들어보고 연습도 많이 해서 도시락을 준비해야지 결심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막상 만들어보려고 하면 이것저것 들어가는 양념에, 그거 한 번 만들려고 재료를 사야 하냐는 어무이 눈치에, 게으름까지. 핑계같지만 요리 레시피들이 또 엄청난 정성과 시간을 요구하는 탓에 늘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던 거다. 하지만! 올 겨울은 달랐다! 고 방학 끝에 외치고 싶다.
일본에 어학연수 갔을 때, 초기에는 음식에 적응을 잘 못했었다. 밥 반찬이라 하기에는 달달한 간에 어쩐지 느끼한 맛이 어우러져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한동안은 김치를 옆에 끼고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맛도 그리워진다. 그 중에서도 시간이 흘러 아주 좋아하게 된 니쿠쟈가(고기감자조림). 그 달달한 맛에 지금도 침이 고이는 것이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이 책을 보니 그나마 우리나라 요리보다 방법도 간단하고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안심은 된다. 이 책을 슬쩍 넘겨보신 우리 어무이 '이 정도는 누워서 떡먹기네!' 라고 하셨을 정도. (어무이는 요리의 베테랑이라 그러신 건가 @.@)
저자조차 들어가기에 '우리 한국 요리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고, 들어가는 양념의 재료도 많지 않다. 좋은 다시마를 이용해 맛있는 국물을 만들어내고, 요리에 맞는 간장과 된장을 이용해 생선을 굽거나 조리거나 하면 된다' 라고 적어놓았다. 대충 훑어보니 양념이라고 해야 정말 다시마 국물에 간장에 일본 술 정도가 전부다. 거기에 좀 많이 들어간다 싶으면 미림이나 설탕이 추가되는 정도. 대신 양념들의 황금비율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재료가 본래 가지고 있는 맛을 죽여서도 안되고 국물은 정성스럽게 우려내야 하며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양념에 주로 마늘을 사용하는 우리와는 달리 생강이 들어간다는 점이 조금 독특하다.
레시피는 크게 열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돈부리(덮밥요리), 미소(된장요리), 쇼유(간장 요리), 오사케 안주 요리, 멘(국수 요리), 오코메(쌀 요리), 오나베(전골), 다이콘(무요리), 와후(일본식 세계 요리)에 마지막 10 챕터는 도쿄 음식 문화에 대한 에세이다. 다른 사람과 음식 나누어 먹기를 싫어하고 적은 양을 담아 먹는 특성이 있다보니, 재료의 양이 적다. 만드는 방법도 길어야 번호 6까지일까.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오야코동(닭고기덮밥)의 만드는 순서가 6번까지인데 마지막 6번은 잘 옮겨 담는다는 내용이니 실질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는 내용 되겠다.
다른 요리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요리 문화 에세이집이다. 일본 요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음식에 담긴 일본문화까지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남편 분이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나도 미처 몰랐던 것들, 그저 먹기만 할 줄 알았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해줘서 요리와 일본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더해진다. 난 여전히 '만들어보고 싶다' 보다 '먹고싶다!' 를 더 강하게 외치는 쪽이기는 하지만, 이 게으름, 이 요리에 한 번도 발 들이지 않았던 그 동안의 시간을 모두 타파해보련다! 조만간 '제가 만든 요리에요~!' 라는 포스팅이 올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