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 윈터홀릭 2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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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년의 리뷰를 여행에세이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떠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은 포기한 곳, 홋카이도 여행서로요. 겨울이면 늘, 홋카이도에 대한 동경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고2 때 본 영화 <러브레터> 속 하얀 눈더미들에 대한 환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왕이면 연인과 함께 가서 '나 잡아봐라~'놀이도 해보고 싶고, 영화 <러브스토리> 의 주인공들처럼 눈 속에 쓰러져도 보고 싶어요. 아웅! 행복한 추억이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련한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곳, 홋카이도. 내년 겨울에는 오타루에 가서 꼭 대게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죠? 

두어 달 전쯤 읽은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 홋카이도의 여름을 맛볼 수 있었다면,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홋카이도의 완연한 겨울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쩐지 싱싱하고 활기차 보였던 홋카이도가, 이 책에서는 더없이 쓸쓸하고 허무하게 그려져 있어 책을 읽는 시간들이 줄곧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홋카이도 보통열차]의 저자도 많은 고민을 안고 오른 여행길이었던만큼 중간중간 생에 대한 망설임과 쓸쓸함이 배어나왔는데,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타고난 감성에 겨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 곳의 모습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고 할까요. 중간중간 쓰인 단상들에 가슴 한 켠에 싸한 바람이 지나가곤 했답니다. 

[홋카이도 보통열차]에서는 눈과 (상상가능한)미각으로 즐거웠다면,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보다 짜임새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 생소한 지명이기는 하지만 비에이,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아바시리, 왓카나이, 구시로, 아칸, 오타루, 아사히카와, 우토로, 노보리베쓰, 오오누마, 삿포로. 작가의 생각과 일상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감상하고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을 정도로, 딱 그만큼만 곁들여져 있는 것이 최대 매력입니다. 전 여행책을 볼 때 작가의 글보다는 사진을 주로 보는 편이에요.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감성에 젖고 자기연민에 빠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전 그런 감정들을 보란듯이 드러낸 책들을 아주 싫어해요. 뭐랄까, '나 아파, 그러니까 나 좀 위로해줘' 라는 응석이 가득찬 책들이 되어버린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사진이 멋져서 온통 사진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여행자금도 많이 들고 무척 춥다고 해요. 하지만 '홋카이도=겨울, 겨울=홋카이도' 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홋카이도의 제대로 된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역시 겨울이 제격일 것 같아요.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저지만, 내년 겨울에는 꼭! 설원 속에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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