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살면서 꼭 필요한 생활법률
홍진원.강이든 지음, 김영진 그림 / 삼양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책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했습니다, 네. 제가 생각하기에도 요즘의 저는 이상합니다. 아무리 입시철이라 정신이 없다고는 해도, 책을 손에 들기가 영. 귀찮아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멍하게 앉아있다가 내리기 일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 먹고 한 두어 시간 뒹굴다 씻고 다시 취침-의 생활입니다. 읽어야 할 책은 많고 흘러가는 시간은 아깝기만 한데 말이죠. 책 자체에 흥미가 떨어졌다는 기분이랄까요.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얼마 전 심하게 아픈 뒤로는 몸도 영 개운치가 않고 모든 것이 시들하기만 해요. 왜 이럴까요.  서른을 코앞에 둔 사람의 우울증일까요. 계속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소설은 읽기 싫다! 하는 마음에 집어든 책이 바로 요 아이입니다. 덕분에 완전히는 아니지만 약간의 기분 업! 뭔가 굉장히 똑똑해진 기분이 들어 뿌듯합니다. 에헤. 

저는 편독이 심한 편이에요. 좋아하는 분야만 골라 읽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예 눈길도 주지 않거든요.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그 가치는 높게 평가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조금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책읽기가 아니라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읽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신선했어요.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분야. 하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법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어렵다고, 복잡하다고 한쪽으로 미뤄두기만 해서는 영원히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으샤으샤! 책을 쫙 펼쳤는데. 오홍.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아마 저자들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지 고민을 엄청 했나 봅니다. 첫번째 파트가 바로 '돈'에 관련된 것이거든요.  솔직히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금전적으로 손해보는 것도 싫고요. 추상적으로 '돈'에 관한 법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그 해결책과 간단한 법률상식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이걸 해야 돼, 말아야 돼?' 를 고민하게 만드는 보증과 신용카드 분실, 복사 피해와 보상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두 번째 파트는 '부동산'에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한 2년 정도 전이라면 이 파트를 훌쩍 뛰어넘었을지도 몰라요. 원래 좀 관심도 적었을 뿐더러 '나중에 필요할 때 알아보면 되겠지'하면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직장을 얻고 약 2년 정도 집 때문에 고민하면서 부동산에도 관심이 높아졌어요. 등기 보는 법에 부동산 매매 계약서, 확정일자에 보증금, 그리고 쪼콤 얄밉게 빠져나가는 돈인 부동산 중개수수료까지 세세하게 적혀있습니다. 물론 저는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나중에 집을 얻을 때는 예전보다 더 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약삭빠르게(?)요. 

이 외에도 직장 내에서 접할 수 있는 근로계약과 임금 관련 건이나 성희롱, 가족 내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쟁-이혼, 양육, 간통, 상속 등-과 인터넷과 교통사고, 일상생활 속 사건 파일들이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간단한 법률상식까지 실려 있어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제일 먼저 이 책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요. 조근조근 설명하는 어투에 Q&A까지, 아주 세심하게 만들어진 책이에요.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이 책의 주인공, 도땡스 변호사고요.  으훗. 

예전에는 '법'이라고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살짝 겁이 나기도 했었어요. 학교 다닐 때 아무 일도 없었는데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부르실 때 처럼요. (요즘 학생들은 교무실을 놀이터로 생각하는 정도니 아마 이런 기분 모르겠죠;;) 그런데 어렵다고 생각한 분야일수록,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일 수록 파고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처음부터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이 세계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한, 꼭 필요한 내용이니까요. 도땡스 변호사의 쉬운 설명과 다양한 사례들로 어쩐지 허공에 붕 떠있던 발이 조금 내려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역시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책이 최고인 걸까나요. 으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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