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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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어떤 책을 읽고 별로였던 느낌을 적은 적이 있어요. 그 글 밑에 작가의 아쉬운 덧글이 달렸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새싹을 꺾었네, 꺾었어'라며 손가락을 살포시 구부려 보이더군요.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취향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고, 또 돈을 내고 책을 사보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재미없는 책을 굳이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 정도면 말을 순화해서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으흠. 

이 작품 역시 쉽게 읽힌다는 것, 그리고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 외의 장점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대략의 줄거리는 여자친구에게 차인 남자주인공이 다친 마음을 치료해가며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생각하고 생물학적 아버지와의 연계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이에요. 그 와중에 자기집 베란다로 찾아든 고양이, 바로 사라다 햄버튼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다가, 인생의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사라다 햄버튼의 본래 주인을 찾아준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저는 이 책이 어떻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쪼콤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이 작가님이 쓰신 글은, 제가 일기에 쓰는 것들과 질적으로 그리 달라보이지 않거든요. 이 정도라면 제 일기도 곰방 세상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과도한 자신감이 차올라요. 뭔가 고민한 흔적들은 엿보이지만 깊이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가의 문장보다도 그가 인용한 폴 오스터 등의 문장이 확 와닿지요. 간혹 '~을 깨달았다' 등의 문장들이 보이는데, 저는 도통 주인공이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무엇을 깨달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많은 책들을 읽어왔고, 또 사색도 많이 하셨지만 그것을 글로는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라다 햄버튼이 주인공에게 큰 의미였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사라다 햄버튼을 전면에 내세워 제목을 짓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고 봐요. 주인공과 사라다 햄버튼을 동일시하고 싶었다면 뭔가 유사한 점이 보여야 할텐데, 저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거든요. 오히려 '사라다 햄버튼'과'의 겨울'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선정의 기준이 무엇인 지 잘 모르겠으나,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문학동네라는 이름이 있어도 애써 챙겨볼 확률은 적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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