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1999년 겨울, 아흔 여덟의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녹음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하트포드 집안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요. 약간의 거짓말과 그로 인해 빚어진 오해가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는 지, 책을 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오싹합니다. 그러고보면 인간의 운명이란 얼마나 복잡하고, 또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쌓이게 된 무수한 작은 사건들, 그리고 시간의 깊이가 인생의 오묘함을 느끼게 해주네요. 이 작품은 저에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영화 <타이타닉>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는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옛날을 회상하며 서술하는 식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늘 깊이 빠지는 것은 아니에요. 얼마 전에 읽은 [러시안 윈터]는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시종 몰입하지는 못했거든요. 하지만 <타이타닉>과 이 [리버튼]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둘은 분위기도 비슷하고, 아련한 감동을 전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아흔 여덟이 되었을 때 (그 때까지 살아있다면;;) 제 머리속에 남는 중요한 기억은 무엇이 될까요. 수많은 세월과 엄청난 무게의 시간들. 먼 미래의 저의 머리와 마음을 채우는 기억이 부디 후회와 고통이 되지 않기를 지금 이 순간 간절히 바라봅니다.
줄거리는 평이해요. 생각지 못한 거짓말에서 시작된 작은 계획과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사랑,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이야기합니다. 영화와 소설을 많이 접하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저도 익숙하다 생각하면서도 또 끌려들어갔습니다. 쉽게 생각되어버리는 한 명의 사람과 그 사람의 인생, 삶의 시간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이거든요. 그러니 이 자리에서 제가 줄거리를 말씀드리는 건 큰 의미가 없을 듯 해요. 그저 사랑 앞에서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하는 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 지, 우리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읽고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리뷰를 쓰기 전에는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쓰기 시작하니까 도무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요. 그저 스산한 마음을 끌어안고 서성거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