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웅! 침대를 데굴데굴 구르고 싶게 만드는 정말 달달한 책입니다.  '40대'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머리 벗겨지고 배가 뚱 나온 아저씨? 뽀글뽀글 펌에 대충 옷가지를 걸쳐입은 아주머니? 그것도 아니면 멋쟁이 로맨스그레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답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얼마나 세련되고 멋쟁이인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 머릿속에는 여전히 '40'대 하면 아저씨, 아주머니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40대스럽지 않은 40대가 있는데 말이죠. 이 책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40대 남녀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야옹야옹하며 다가와 몸을 비벼 대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다. 그것은 올해 나이 마흔다섯의 영장류 인간과의 수컷이다' 라는 문장에서부터 저는 이 책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흔다섯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야옹야옹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잖아요~나이를 얼마나 먹든 연애는 그런 것 같아요. 강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좋지만, 약한 모습 보이면서 애교도 부리도 떼도 쓰고 다른 사람에게는 차마 보일 수 없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런 모습이 보고 싶어지는 것! 그게 연애가 아닐까요? 으흐흐.

이들의 연애에는 깊고 푸근한 맛이 들어 있었어요. 세련된 도시 냄새를 풀풀 풍기며 조금은 형식적으로 비춰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정말 상대를 소중히 하는 따뜻한 시간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굳이 비싼 술집이 아니어도 집의 정원을 멋진 배경삼아 술 한잔을 나누며 멋진 정취를 느끼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서로의 집이 멀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를 그들의 연애. 저도 매일 만나고 매일 이야기하고 매일 같이 밥을 먹는 그런 연애가 부럽습디다아~으갸하!

참 신기합니다. 풋풋한 십대의 사랑도 아니고 열정적인 2,30대의 사랑이야기도 아닌, 물 흐르는 듯한 그런 자연스러운 사랑에 이렇게 마음이 설렐 수 있다는 것이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랑은 원래 설레는 것이었는데도, 우리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어떤 나이대의 사랑은 업신여김(?)을 당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사랑에 나이제한은 없다는 것이 맞긴 하나봅니다. 문체가 가볍고 짧아서 술술 읽히지만 의외로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랍니다. 이제 찬바람도 솔솔 불텐데 가슴을 설레게 해 줄 이들의 연애, 한 번 들여다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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